ADVERTISEMENT

[영상]김천의 수퍼맨들···터널속 비틀대는 차 온몸으로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감천터널 내에서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 소방교가 운전자 의식 불명으로 비틀거리며 주행하던 차량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이 장면이 이 소방교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경북소방본부

지난달 1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감천터널 내에서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 소방교가 운전자 의식 불명으로 비틀거리며 주행하던 차량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이 장면이 이 소방교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경북소방본부

지난달 19일 오후 5시쯤 경북 김천시 감천면 금송리 김천순환로 감천터널 안. 은색 경차 한 대가 도로 위를 비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속력은 사람이 빠르게 걷는 정도였지만 차량이 도로 1~2차선을 멋대로 넘나들고 터널 벽면에도 부딪치길 반복하면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차량이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는 건 운전대를 잡은 30세 여성 A씨가 운전 중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은 탓이었다. 다행히 주변에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장소가 터널인 까닭에 작은 2차 사고만 나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북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 소방교가 발견 #차에서 내려 시민 3명과 함께 차량 막아세워 #의식 회복 운전자 무사 귀가…2차 사고 막아

같은 시각, 야간 근무를 하러 출근하고 있던 경북 김천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이윤진 소방교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차량을 가까이 붙여보니 운전석에 앉은 A씨가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 소방교는 급히 자신의 차량을 정차시킨 뒤 차량에서 내려 경차를 온몸으로 밀어 속력을 줄였다. 이 장면을 본 다른 시민 3명도 가세해 결국 사고 차량은 멈춰섰다. 시민들이 급히 창문을 두드려 A씨를 깨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A씨는 가까스로 운전석 문을 열어 빠져나왔고, 시민들이 A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A씨를 옮긴 뒤에도 이 소방교와 시민들은 구급차량과 경찰 차량이 도착하기까지 환자 상태를 살피고 2차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정리까지 도맡아 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의식을 완전히 회복한 A씨는 다행히 특별한 부상은 없었다. A씨는 가족과 함께 자택으로 돌아갔고, 사고 차량은 경찰에 인계됐다.

지난달 1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감천터널 내에서 운전자 의식 불명으로 비틀대며 주행하던 차량을 시민 3명과 함께 온몸으로 막아선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 소방교. 경북소방본부

지난달 1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감천터널 내에서 운전자 의식 불명으로 비틀대며 주행하던 차량을 시민 3명과 함께 온몸으로 막아선 김천소방서 소속 이윤진 소방교. 경북소방본부

이 소방교는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니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다”며 “시민들이 함께 자기 일처럼 도와주셔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화영 경북소방본부장은 “시민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인명구조에 도움을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