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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현실화하는 不老호르몬의 출현

중앙일보

입력

엔진오일 갈듯 호르몬을 바꾼다

-노화방지 호르몬 칵테일의 등장과 새로운 계급갈등
늙어간다는 것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폭풍우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과 같다. 여류 정치가 골다 마이어(Golda Meir)의 말을 빌리자면 비행기에 한번 타면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꼬랑내 나는 운동화처럼 매력 따위라고는 전혀 없고 부담스럽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골칫덩어리 그 자체이다. 생일이란 숫자가 더해지는, 그저 허망하게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다.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이 치과 외래진료, 지팡이와 노인용 특수신발 등일 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인간의 죽음은 ― 당분간은 ― 피치 못할 운명이다. 골다공증과 여타 관절염 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위대한 약속이다. 고령에 이르기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일도 거뜬히 할 수 있게 한다는 온갖 치료법들이 ‘노화방지’(Anti-Aging) 프로그램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함부르크의 사업가인 아무개(56)씨는 자신이 이러한 노화방지 치료 덕을 본 산 증거라고 자부하고 있다. 몇년전 그는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빈번이 아프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우울증에 시달리며 지냈다. 섹스는 생각만 해도 힘겨운 일이 되고 말았다. 그의 홈닥터도 어깨를 움찔해 보이며 “다 그렇지요 뭐. 나이가 드시는 겁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결국 그는 함부르크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게랄트 뮐러(Gerald Mller)에게 가게 되었는데, 이 의사는 비뇨기과·산부인과 의사와 함께 환자 개개인에게 딱 들어맞는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 치료법의 핵심은 인체의 컨트롤 체제가 고령으로 인하여 쇠퇴하는 증상을 개인별 특성까지 고려해 시행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이다.

예컨대 성장호르몬 HGH,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여성황체호르몬 에스트로겐, 이 호르몬의 전단계인 DHEA, 송과선(松果腺) 호르몬인 멜라토닌, 갑상선 호르몬, 흉선(胸線)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호르몬 대체 약제가 알약·주사·크림·질좌약·이식조직 등의 형태로 투여된다.
1년전 뮐러 박사에게 간 함부르크 출신의 이 환자는 2주에 한번씩 250mg의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하고 있는데, 그 이후 그의 호르몬 수치는 50% 증가되었다. 그는 마치 35세 남자처럼 가뿐하고 원기왕성하게 느껴지며 우울증도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또한 섹스도 다시 잘 된다고 한다. 성공적인 치료를 마친 이 사람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것은 물론 주위 친지들에게까지 자신이 받은 치료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도 남성에 대한 호르몬 치료가 이 나라에서는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앞으로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 제네바에서 노화기 남성에 관한 제2차 세계학회가 개최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이미 책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노화방지에 관한 서적들이 “청춘으로 돌아가자”(미국 베스트셀러의 독일어 번역) “영원한 젊음 ― 노령의 극복”과 같은 센세이셔널한 제목을 달고 독일 서점 구석구석까지 몰려오고 있다.
뮐러 박사는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도 건강은 약화되어가는, 어쩔 수 없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노화방지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치료법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예측을 삼가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 30∼40년이 지나야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확신한다.

“노화방지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입니다.”
뮐러 박사는 빈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내분비학센터 소장이며 독일 바이에른주 라우펜의 노화방지클리닉 의사인 요하네스 후버(Johannes Huber)에게서 노화퇴치 전문가 수련과정을 마쳤다. 라우펜연구소의 분원으로서 통원치료센터가 베를린에 문을 열었으며, 비스바덴에도 곧 생겨날 예정이라 한다.
치료의 원칙은 부분적으로는 ‘캘리포니아의 본보기’(슈피겔 1999년 38호에 보도한 바 있음)를 따랐다고 한다. 체내에 한가지 물질이 부족하면 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이 물질이 다시 채워지면 증세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빈의 호르몬 전문가 후버 박사는 당연한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70 노인이라도 휠체어를 타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는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죠.”

병원에 1주일 입원했을 때 드는 치료비가 3,200마르크(약 175만원) 정도다.
“제게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습니다.”
이 병원에 정기적으로 치료차 오는 여성 환자이자 마라톤 선수 출신인 카르멘 게르버(Carmen Gerber·51)의 말이다. 그는 요즘 컨디션이 좋고 일을 즐겨 하며 남들이 자신의 나이보다 젊게 보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단순한 호르몬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의 혜택에서도 남성이 보다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남녀 차이는 이를테면 싸구려 시계와 정교한 스위스 시계의 차이만큼이나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함부르크의 산부인과 전문의 바바라 돌(Barbara Doll)은 남자들의 치료가 덜 복잡하고 더 쉽다고 한다. 노화방지 치료는 적절히 시행되었을 경우 인체를 위한 일종의 ‘엔진오일’ 교환과 같다고 한다.

호르몬 투여가 인체와 성생활, 기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제는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를테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근육과 피하지방의 관계가 향상될 수 있다. 물론 호르몬 치료가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위험성도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을 과다투여할 경우 뼈의 이상성장과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다.

클리닉 운영자인 후버 박사는 성공적인 수명 연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인간의 수명이 평균 8년 연장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120~160세까지 살 수 있으리라는 비전은 현실성이 있다고 의학자들은 간주한다.
점점 더 고령화하는 사회는 결과적으로 사회복지 정책에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연금체제가 붕괴되지는 않을지? 점점 더 수명이 길어지는 노인들의 치료비와 사회보장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 밝고 돈을 가진 자들만이 긴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이타주의가 오늘날 만연해 있는 이기주의를 대신하지 않는 한 ‘새로운 양태의 계급투쟁’이 나타나리라고 후버 박사는 예견한다.

전세계적으로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을 건강한 상태로 연장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회사들은 라이프스타일을 향상시키는 약제로부터 시작하여 ‘기능성 식품’ 단계를 넘어, 근육 도핑 및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장기를 되살아나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요컨대 인위적으로나마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나가는 방법이 있다면 이는 건강산업의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약 7,000명에 이르는 100세 노인들이 독일에 살고 있는데, 그들의 수는 매년 8%씩 증가하고 있다. 요즈음 선진 산업국가에서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 80세 정도의 수명은 누린다. 100세 이상 노인은 독일의 경우 향후 50년 내에 거의 30배로 증가할 것이며, 외모와 건강상태를 최대한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보려는 억척파들도 큰 집단을 형성할 것이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잘 듣는 不老호르몬 치료

2025년에는 독일인의 대다수가 50세 이상이 될 것이다. 종횡무진하는 젊은이들에 맞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정정한 노인들이 큰 무리를 이룰 것이다. 노인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120세가 될 경우 조기은퇴하려는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실상 조기은퇴할 형편도 안된다. 세대간의 계약(역주: 젊은 세대가 현재의 노인 세대의 연금지급 지출을 부담하고 현재의 젊은 세대는 노후에 다음 세대의 부양을 받도록 되어 있는 독일의 현행 연금제도)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완전히 새로운 근로모델을 창출해 내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가 온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노인은 약 13만5,000천명에 이른다.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세계미래협회’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50년 내에 이 수는 16배로 불어나 22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어림잡아 전세계 3억7,000만명의 인구가 80세 이상이 될 것이다.
노화는 무엇보다 산업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젊은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사회보다 더 빠르고 기동성있게, 더 떠들썩하고, 물론 더 공격적으로 돌아간다고 프랑크푸르트의 작가 코라 슈테판(Cora Stephan)은 설명한다.
“40대가 넘어가고 돋보기가 필요해지면 사람들은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여기면서 헬스클럽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차분해지고 온건해지는가? 이를 긍정하는 첫번째 사례를 보자. 대부분 노인들이 주류를 형성한 애리조나의 도시 선시티(Sun City)로 이사하려면 최소한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이곳 주민들은 비교적 서로 조화롭게 살고 있다. 마약도, 시끄러운 음악도 없다. 이웃간의 철저한 상부상조는 이들의 의무사항이며 골프와 연극·춤축제·그림그리기·미스­시니어­선발대회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물론 장례식도 빈번히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황금기 연령층’이라고 불리는 이들 ‘젊은 노인’, ‘우피’(Woopies·경제적으로 풍부하고 젊게 사는 노인이라는 뜻)들을 겨냥하여 앞으로 광고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TV광고도 그들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구매력이 높으며, 따라서 곧 현재 선호 되는 14∼49세의 목표층보다 더 집중적으로 공략받을 것이다.
기업들은 각별히 노년층 고객을 위한 기계·컴퓨터·자동차들을 고안해 낼 것이며, 노인들을 위한 스포츠센터나 헬스클럽이 생겨 ‘멋지게 늙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부추길 것이다. 노년층들은 마치 철새들처럼 여기저기 떼를 지어 관광을 즐길 것이며, 특히 남쪽지방을 선호할 것이다. 노인관광은 최근 몇년간 이미 전체 관광산업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하여 노년층의 생활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벌써 앞서가는 노인들은 가족, 친구, 사회복지서비스 및 의료서비스 요원들과 모니터 화면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있다. 미래 연구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곧 많은 노인들의 집에 가상 방문객들이 쇄도할 것이라고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노인들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지구촌’이나 양방향 TV, 인공지능 살림도구들이 집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앞으로 출현하는 젊은 노년층 세대는 오늘날의 연금생활자들보다 더 건강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자신감있고, 더 많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일 것이라고 의사들과 사회학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물론 뇌세포와 정신이 12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현재 커다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미국의 작가 존 업다이크(John Updike, 68)는 자신이 나이를 먹어가는, 극도로 불안한 과정을 책으로 써내려가고 있는데, 예전에는 탄탄하고 내용이 차 있던 머리가 구멍 천지가 된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기술했다.
“내 머리가 단지 하나의 구멍으로만 남아 있다면 내가 지금보다 더 뼈아프게 상실감을 갖게 될 것인가 자문해 본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고 결론내리며, 그는 오히려 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알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알콜에 취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늚음이란 당사자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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