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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출산 저조한데 이사도 덜 온다···세종 인구 늘리기 한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행정수도 세종의 인구 늘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지난 4월 세종 제치고 인구 순이동 1위 #세종은 순이동 210명으로 출범 후 가장 적어 #올해 세종 아파트 입주량, 7년만에 가장 적어

 세종은 지난달 순 이동률이 시 출범 후 7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도권인 경기에 뒤졌다. 3월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합계 출산율과 조혼인율 감소율이 각각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세종청사와 주변 전경. 중앙포토

정부세종청사와 주변 전경. 중앙포토

 게다가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에 대대적으로 3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지만 세종은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7일 발표한 '4월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6개 시·도에서 세종시로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은 4571명, 세종에서 빠져나간 사람은 4361명이었다. 이에 따른 순 이동(전입-전출)은 210명, 순 이동률(주민등록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은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순 이동이 1486명, 순 이동률은 5.6%였다. 따라서 1년 새 이동 인구가 1276명(85.9%) 줄고, 비율은 4.9%p 낮아진 셈이다.

 경기는 지난달 전입이 16만8095명, 전출은 14만7641명이었다. 이에 따라 경기는 순 이동이 2019년 4월(1만213명)의 약 2배인 2만454명으로 늘어 세종과 대조를 이뤘다. 순 이동률도 1.0%에서 1.9%로 높아지면서,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1위에 올랐다.

 2007년부터 세종시 남쪽에서 건설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2030년 목표 인구 50만명)에는 2011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2012년 7월 세종시가 출범했다. 세종시는 신도시로 인해 경기·인천 등과 함께 매월 순이동 인구가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입주가 본격화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 5개월 동안은 순 이동이 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인구 동향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세종시의 합계 출산율(한 여자가 임신 가능 시기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51명이었다. 17개 시·도 중에서는 최고였고, 전국 평균(0.90명)보다도 크게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73명)보다 0.22명 줄어, 감소율이 전체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합계 출산율은 1년 사이 0.12명 줄었다.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의 1분기 조혼인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5.4건이었다. 그러나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율이 시·도 가운데 최고인 1.0건(전국 평균 0.1건)에 달했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본 세종시내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본 세종시내 전경. 중앙포토

 세종의 인구 증가는 아파트 입주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은 5600가구로, 지난해(1만1347가구)의 절반 이하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신도시 주택시장 규제를 강화한 뒤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분양 시기를 미뤘기 때문이다.

 올해 말 세종 신도시 인구는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은 3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26만여명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인구는 올해 4월 말 기준 25만6936명으로, 지난해 말(25만1764명)보다 5172명 늘었다. 반면 정부가 최근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경기 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세종시가 출범했어도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가 미미하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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