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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도 놀란 ‘허니문’ 효과···코로나에도 3월 극단선택 감소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을 이겨낸 것으로 분석됐다.

‘극단적 선택’ 건수 비교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극단적 선택’ 건수 비교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 3월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은 총 106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1123건)보다 5% 감소했다. 2017~2019년 평균치(1189건)보다 10.4% 낮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심리적 우울감)' 영향으로 극단적 선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대 결과가 나왔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전문가들도 극단적 선택이 많아질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며 "1년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3월에 감소한 것도 크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함께 이겨내자" 단합심 작용했나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 극단적 선택률이 감소한 원인 중 하나로 단합심을 꼽았다. 백 센터장은 "외부 위협이 왔을 때 보여준 국민의 성숙한 대응과 사회적 연대가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난 초기 사람들이 의료진을 비롯한 영웅을 응원하고 힘을 합쳐 이겨내려고 하는 시기를 '허니문 피리어드'라고 한다"며 "3월 한국이 이 시기(허니문 피리어드)였다"고 덧붙였다.

1393 자살예방전화. 중앙자살예방센터

1393 자살예방전화. 중앙자살예방센터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한배를 탔다'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시 국민의 심리 건강에도 정부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며 "보건당국이 매일 브리핑을 하는 등 '당신은 우리 편이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한 것도 극단적 선택을 감소시킨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백 센터장은 또 "재난 초기 재택근무 등으로 대인 스트레스가 줄면서 충동적 극단 선택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유행을 먼저 겪은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극단적 선택 건수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 일본 현지 전문가들은 "직장 출근이 줄고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더 두고 보자" 우려도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은 "두 달 정도 전년 대비 극단적 선택이 감소했지만, 아직 동향으로 볼 수는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심리 건강 악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2003년 홍콩에서 사스를 종식한 뒤 노인 극단적 선택률이 최고치로 증가했다"며 "전염성 재난 이후에는 심리 건강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하루에도 몇 명씩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예방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라며 "재난 이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통계는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백 센터장 역시 "실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첫해 자살이 평년보다 줄어들었지만 2년 차부터 남성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자살률이 급격히 늘었다"며 "허니문 피리어드가 끝난 뒤에도 힘든 시기가 지속하면 심리 취약계층이 더는 버티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 고립감이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대국민 심리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극단적 선택률은 한 사회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지자체별 전담팀을 만들고 자살예방센터 전문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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