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회 입성 하루 앞두고 나타난 윤미향…땀흘리며 "잘못없다"

중앙일보

입력

“저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게 해드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9일 오후 2시. 검은색 재킷 차림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찾아 꺼낸 말이다.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 이후 11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최근 이목을 집중시킨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의혹을 의식한 듯 굳은 표정이었다. 왼쪽 가슴엔 평소 착용하던 ‘나비 배지’를 달았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걸린 배너. '제21대 국회 개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현주 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걸린 배너. '제21대 국회 개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현주 기자

회견장엔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국내 언론사뿐 아니라 일본 NHK, 아사히TV, 후지TV 같은 일본 언론도 눈에 띄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회견장에 도착했다. 회견 시작 3분 전 촬영 기자단이 소통관 정문 앞에서 철수하는 일도 빚어졌다.

23분간 “잘못 없다”

윤 당선인은 약 23분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죄송하다" "부끄럽다" "반성한다"면서도 "사실과 다르다" "떳떳하다"는 식 해명이 이어졌다. “책임 있게 일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돈 문제에 대해 특히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예를 들어 “모금한 돈은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거나 "안성 쉼터를 비싸게 매입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계좌 이체 내역을 일일이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있어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면서도 “사용하고 남은 돈(기부금)을 정의연 계좌로 이체했고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쓴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금 내역을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개인 계좌로 9건을 모금한 기부금 총액은 약 2억8000만원이고 약 2억3000만원을 목적에 맞게 사용한 뒤 나머지 약 5000만원은 정대협 사업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해 백브리핑 장소로 이동한 윤 당선인은 기다리던 취재진과 약 15분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이 이동할 때마다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취재진이 경쟁을 벌이며 소통관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당선인은 “1992년부터 할머니와 30년 같이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하지 못했다”며“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시도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고 앞으로 진심을 전하려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회견 내내 긴장한 듯 땀을 뻘뻘 흘렸다. 수차례 땀을 닦기도 했다. 브리핑이 끝날 때쯤 윤 당선자가 입은 옷이 땀으로 젖기도 했다.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윤 당선인이 처음으로 국회를 찾았고, 지금 굉장히 땀도 많이 흘리고 있는 상태라서 질문을 계속 받긴 힘들 것 같다”며 브리핑을 끊었다.

‘정의연 사태’가 불거진 건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면서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 후원금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