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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이체 끊었다, 택배 보낸다” 정의연이 바꾼 기부 풍속도

중앙일보

입력

정의기억연대 후원 인증하는 네티즌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의기억연대 후원 인증하는 네티즌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을 둘러싼 후원금 유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민단체 기부' 흐름이 극으로 갈리고 있다.

정의연은 기부 수익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보다 단체 활동에 지출했다는 지적을 비롯해 윤미향 당선인의 개인 계좌 모금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재 검찰은 정의연의 후원금 회계 누락과 '안성 쉼터' 매입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의연에 힘 실어 주자” 후원 인증 늘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의기억연대 후원 인증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의기억연대 후원 인증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용수 할머니가 첫 기자회견을 연 지 20일째인 이날까지도 '정의연 후원 인증'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후원은 소액 일시 후원부터 정기 후원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어렵게 이어온 정의연 활동이 폄하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학생이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월 1만원이라도 후원하려 한다. 거대한 조직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작은 개인들이 힘을 뭉치는 것 뿐"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그 외에 "적폐세력 공작을 보니 더 단합해야겠다는 생각 들었다" "상황을 보다 열받아서 후원했다. 토착 왜구들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길" "멍청한 프레임에 놀아나지 말자"며 특정 언론을 거론하는 등 현 사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낸 게시글도 보였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이번 일로 후원을 끊으신 분도 있지만 시작하신 분도 있다"며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언론 대응 등으로 경황이 없어 그 비율을 추산해보진 못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못 믿겠다” 후원 끊는 사람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시설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관련 내부고발이 나온 이후 '후원 중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시설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관련 내부고발이 나온 이후 '후원 중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1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의 '기부금' 활용에 불신이 짙어지면서 후원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유기동물, 저소득층 아동 관련 단체에 후원을 해온 황모씨는 "나름대로 대중에 잘 알려진 정의연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작은 단체는 더 심하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일정 금액을 송금하기보다 물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직접 후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단체 등 기부금을 모집하는 단체에 생활용품을 구입해 택배로 보내는 식이다. 한 단체에 매달 자동이체로 후원을 해왔다는 김모(35)씨는 "시설에 문의해서 구체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물어보고 택배로 발송했다"며 "좀 귀찮긴 해도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했다.

한편 후원금을 쌓아두고 시설 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나온 나눔의 집 역시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후원 해지·환불' 공지를 올렸다. 공지에서 나눔의집은 메일로 후원해지 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후원자들은 "환불은 왜 안되냐" "국민신문고에 글 올렸다"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물품을 팔며 정의연에 큰 금액을 기부해왔던 '마리몬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리몬드에서 휴대폰 케이스, 가방 등을 구입했던 최모(27)씨는 "연예인들도 많이 구매하고 취지가 좋아 기부 차원에서 애용했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곳에 금액이 쓰인다면 다신 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마리몬드가 잘못한 건 아니더라도, 기부금이 물품을 사는 소비자의 의도와 달리 쓰인다면 문제 아니냐" "이제 후원 목적의 굿즈라도 선뜻 못 사겠다"는 글이 이어졌다.

정부, ‘기부통합관리’ 시스템 만든다

한편 전날 행정안전부는 정의연 부실회계·후원금 횡령 의혹이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의 재발을 막겠다며 기부금품 모집 관련 내용을 취합해 통합 공개하는 '기부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기부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법정 모금기관인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일반모금과 지정기부액을 합친 전체 모금액은 6541억원이었다. 2015년 5227억원에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18년에 전년보다 30억원 줄어든 596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570억원이 증가하면서 6000억원대로 진입했다.

정부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적용을 받는 모집단체 모두 이 시스템에 기부금품 모집계획서와 사용내역서 등 핵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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