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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30곳 “노동계 고통분담 없이 고용유지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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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투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27일 청와대 앞에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투쟁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27일 청와대 앞에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등 30개 단체는 2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경제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정기총회를 열고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경제단체 건의’를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 유지를 최우선으로 해 달라’는 정부 주문에 대한 재계의 대안 제시로 풀이된다. 협의회가 공동명의로 발표문을 낸 건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과 규제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제계 제언을 낸 후 3년 만이다.

3년 만에 공동명의 발표문 #노동계 해고중단 요구에 맞제시 #정부엔 “유동성 지원, 세금 감면을” #탄력근로제 조기 입법화도 요청

협의회는 “기업이 버텨 나갈 수 있도록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충분히 실효적으로 이뤄져야”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에 납부하는 각종 세금과 전기·시설사용료 등을 최대한 유예 또는 감면해 달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총체적인 정책 지원과 국회의 입법 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경제단체의 공식 발표문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동계를 콕 집어 협조를 구했다. 협의회는 지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관으로 첫발을 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해 “의미가 크다”며 “노동계도 회사를 함께 살리는 임금과 고용의 대타협 차원에서 상당 수준의 고통 분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감과 매출이 격감한 상황에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고용유지 비용을 감당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노동계가 주도하고, 친노동 성향의 정부가 힘을 보태 경영계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고용 안전망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임금 인상 자제와 노동시간 유연화 등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정승일(왼쪽 다섯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에서 열린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정승일(왼쪽 다섯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의회는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노동 제도가 우리나라 국제 경쟁력에서 최대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고 작심 화두를 이어갔다. “선진 경쟁국 사례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다 협력적이고 유연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게 (노동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노사가 현장 상황에 맞추어 근로시간을 조정해 나갈 수 있도록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제도인 탄력근로제와 연구개발(R&D) 분야의 선택근로제 확대를 조기에 입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도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의 급격한 인상이 누적돼 기업들의 고용 부담이 매우 높다”며 일자리 지키기에 들어가는 고용지원 재원은 기업의 추가부담이 아닌 일반 재정에서 충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더라도 플랫폼·앱 기반 등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별도의 사용자-근로자 간 계약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노사정 회의에서 정부와 노동계가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게 해고 금지, 일자리 유지”라며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기업 측 의견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협의회는 ‘지속적으로 건의하지만 반영되지 않는’ 대표 규제로는 ▶신산업 진입규제 혁신 ▶환경분야의 과도한 기준과 까다로운 행정절차 개선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개선 ▶정유산업의 석유 수입부담금과 개별소비세 부담 완화 등을 꼽았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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