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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소리보다 적은 아이 울음소리…5개월째 인구 자연 감소

중앙일보

입력

올해 3월에도 아이 울음 소리가 곡소리보다 적었다. 다섯달 째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섰다.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9명에 그치며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출생아 수가 52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감소했다. 대전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이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고있다.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출생아 수가 52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감소했다. 대전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이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고있다.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2만43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줄었다. 3월 사망자 수는 2만5879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3.6% 늘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1501명 더 많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자연 감소’ 현상이 이어졌다.

월간 인구 감소 폭(사망자 수-출생아 수)은 지난해 11월 1682명, 12월 5628명, 올해 1월 1653명, 2월 2565명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인구 감소 폭이 더 컸다. 연말 출산을 꺼리고 연초 출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는 데다, 겨울철이면 고령 인구 사망이 늘어나서다. 이전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은 12월 한 달 사이에만 벌어지고 해가 바뀌면 다시 출생아가 사망자 수를 넘는 흐름을 보였다.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젠 양상이 달라졌다. 연말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인구 자연 감소가 계속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분기 합계 출산율 0.9명…사상 최저 

인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출산율이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52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9명에 그쳤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1분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지난달 기록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미혼 인구 비율 증가, 결혼 후 출산 지연 및 기피 등의 영향으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출산과 직결되는 결혼 건수도 감소 추세다. 3월 혼인 건수는 1만935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 줄었다. 1분기 혼인 건수도 5만8286건으로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결혼한 뒤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도 늘고 있다. 초혼 신혼부부의 결혼 5년 내 무자녀 비중은 2015년 35.5%에서 2018년 40.2%로 올랐다.

“올해 기점으로 인구 감소 지속”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인구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연말 출산보다 연초 출산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일반적으로 1분기 합계 출산율이 연중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할 때, 올해 출산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청년층 취업자 및 고용률이 감소함에 따라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92명이었다. 전 세계에서 합계 출산율이 1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정부는 인구 분석·전망을 토대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올해 마련해 저출산 가속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향후 인구 감소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보육 환경 개선에 맞춰졌지만, 청년들은 결혼‧보육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차 기본계획에는 청년이 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지에 대해 성찰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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