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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 등교 개학 D-1···책가방 쌌다 풀었다 하는 부모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매여울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담임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달할 왕관을 책상 위에 놓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매여울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담임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달할 왕관을 책상 위에 놓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키우는 김모(38‧서울 은평구)씨는 27일로 예정된 자녀의 등교를 앞두고 고민이 커졌다. 등교가 코앞에 왔지만 학교에 보낼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다.

김씨는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면 된다고 안내를 받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딱 하루 등교하는 것도 불안하지만, 안 보내자니 나중에 학교에서 적응을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초등 1·2학년 등교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6일에도, 김씨처럼 자녀 등교 여부를 두고 망설이는 학부모가 많다. 감염 우려에 나이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꺼려지지만, 등교를 안 시키면 아이가 학기 초 교사‧친구와 교류를 못 해 적응에 힘들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초등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42‧서울 구로구)씨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생각이 바뀐다”며 “학부모들이 이런 고민 안 하도록 초등 저학년은 1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25일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아이들의 등교를 준비하며 교실 게시판에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아이들의 등교를 준비하며 교실 게시판에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0일부터 고3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에서 거리두기가 안 지켜진다” 등의 후기가 올라오는 것도 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박모(38‧경기 광명시)씨는 “성인에 가까운 고3도 방역 수칙을 제대로 안 지킨다는 데 초등학교 저학년이 문제없이 수업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원래 예정대로 등교를 시키려다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등교 개학 후 아이를 학교에 보낼지 말지는 사실상 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외 체험학습 사유로 ‘가정학습’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체험학습은 학생이 여행이나 박물관 체험 등 활동을 할 경우 사전 계획서를 내고 담임과 교장의 승인을 받아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다. 이에 따라 서울 초등학생의 경우 올해에 한해 학교에 가지 않고도 최장 34일간 가정학습을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25일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아이들의 등교를 준비하며 체온 측정 등을 마친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이 섞이지 않도록 등교 동선을 색 테이프로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아이들의 등교를 준비하며 체온 측정 등을 마친 아이들과 아닌 아이들이 섞이지 않도록 등교 동선을 색 테이프로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의 설문에 따르면 학부모 549명 중 71.6%가 ‘등교개학 이후 체험학습을 신청해 가정학습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등교개학 후 자녀의 등교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등교개학 후 일주일을 지켜본 후 보내겠다’고 답한 학부모가 31.3%로 가장 많았고, ‘바로 등교시키겠다’(25.5%), ‘가능한 늦게 보내겠다’(24.8%)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체험학습보고서를 제출하기 내키지 않는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이모(40‧서울 영등포구)씨는 “다른 애들은 다 학교에 가는데 우리 애만 빠지면 선생님‧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걱정”이라며 “아이가 학교에 빨리 적응하게 도우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등교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2 학부모 최모(38·서울 성동구)씨는 “학기 초에 친구도 사귀고 적응도 해야 하니 학교에 가는 게 낫다”며 “맞벌이 부부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매여울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관계자들이 테이블과 칸막이 등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매여울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관계자들이 테이블과 칸막이 등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교육청이 등교 후 긴급돌봄을 두고 엇박자를 내면서 학부모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등교수업 시작 후 긴급돌봄을 일반돌봄으로 전환한다고 안내했다가 24일 교육부가 등교 후에도 긴급돌봄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히자 입장을 바꿨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긴급돌봄과 달리 일반돌봄은 수업이 끝난 후부터 시작해 보통 오후 4~5시에 끝난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런 사소한 것도 의견 조율이 잘 안 되는데, 학교에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분간은 학교에 보내지 말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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