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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옆 승객, 확진되면 알려준다는데…접촉 추적앱의 명과 암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 앱 [사진 픽사베이]

코로나 앱 [사진 픽사베이]

‘삐-’ 휴대 전화에서 알람이 울린다. 앱에서 보낸 경고음이다. 일주일 전 어디에선가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고 한다.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를 실시하십시오’ 라는 안내에 한숨이 나온다.  

다음달 1일 영국에 도입될 일명 '접촉자 추적 앱(contact tracing apps)'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해 본 가상 상황이다. 이 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 사용에 동의하면 반경 1.8미터 안에서 15분 이상 접촉한 사람들이 기록된다. 이 중 누군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28일동안 접촉했던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경고 알림이 보내진다. 다만 누가 경고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도록 익명으로 전송한다.

호주에서 도입한 'CovidSafe App'의 모습. [EPA=연합뉴스]

호주에서 도입한 'CovidSafe App'의 모습. [EPA=연합뉴스]

영국 뿐 아니라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접촉자 추적 앱을 앞다퉈 도입 중이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는 21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담기 위한 접촉 추적 앱을 출시 중”이라며 앱의 작동 원리와 한계 등을 분석했다.

구글과 애플도 공동으로 개발한 접촉자 추적 앱 서비스를 20일(현지시간)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20여개 국이 이 앱을 도입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본 작동 원리는 영국이 도입한 앱과 같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접촉자를 기록한 후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한 휴대전화에서 블루투스가 다른 전화기에 도달했을 때의 강도를 기준으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추정한다.

분산형 VS 중앙집중형

차이는 있다. 접촉 정보를 수집하고 쌓아두는 방식에서다. 영국이 택한 앱은 '중앙 집중형'으로, 서버에서 각 휴대전화 사용자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록을 수집한다. 이 중 특정 사용자가 확진자로 판명되면 그의 휴대전화의 정보를 파악해 접촉자들에게 알람을 보내는 식이다. 이 대부분의 과정을 중앙 서버에서 처리한다. 하나의 서버가 관리를 하기 때문에 앱 관리가 비교적 쉽고, 확산 경로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사생활 보호에 취약한 건 단점이다. 영국ㆍ싱가포르ㆍ호주ㆍ프랑스ㆍ노르웨이 등이 중앙집중형 방식을 택했다.

반면 애플과 구글은 ‘사생활 보호’를 강조하는 편이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접촉이 발생할 경우, 휴대전화에서 ID를 교환한다. 중앙 서버가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 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해두었다가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경고를 보내는 '분산형' 모델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는 덜하지만 셈법은 복잡하다. 각국 정부가 분산형을 도입한다 해도 개인정보 수집이 서버에서 가능하도록 설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한다.

"사용자가 블루투스 꺼버리면 끝"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야외 테이블에서 두 여성이 마주 앉아 있다. 이 경우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과 주머니에 넣은 것의 블루투스 세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야외 테이블에서 두 여성이 마주 앉아 있다. 이 경우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과 주머니에 넣은 것의 블루투스 세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P=연합뉴스]

블루투스가 수집하는 자료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과학자들은 벽이나 다른 장애물들이 어떻게 블루투스 신호를 약화시키는지 측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더글러스 레이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 연구원은 휴대전화가 주머니에 있을 때 신호 강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들어 두 사람이 서로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아 있을 때, 사람은 같은 거리에 있더라도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놓아두는 것과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의 세기가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반대로 신호가 강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레이스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블루투스 기반의 앱들이 사람들에게 위험을 제대로 경고하지 못하고 잘못된 알람을 보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효성도 문제다. 블루투스는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에 구멍이 생길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 4월 추적 앱을 도입한 노르웨이에서는 앱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는 150만명(지난달 28일 기준)이 앱을 다운받았으나 앱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약 90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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