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산은과 함께 회사채 직접 산다···투기등급도 매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한국은행·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기구(SPV)가 설립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에 따른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할 목적이다. 한국은행이 회사채 매입에 나선다는 점, 저신용 등급 회사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0일 정부, 산업은행과 손잡고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기구(SPV)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더 악화하면 한은이 회사채 매입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접 살 수는 없는 구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정부가 출자하는 특수목적 법인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회사채·CP를 사들인다. 손실이 생기면 정부 출자금에서 우선으로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한국도 이런 형태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일단 SPV는 10조원 규모로 운영한다. 필요하면 20조원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10조원은 한은 선순위 대출(8조원), 산은 후순위 대출(1조원), 산은 출자(1조원)로 구성된다. 정부가 산은에 1조원을 출자(3차 추경 5000억원, 내년 예산 5000억원)해 산은의 출자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10조원 규모로 출발…BBB 이하 채권도 매입 가능

매입 대상은 3년 이내의 회사채·CP다. 신용등급은 저신용등급 회사채·CP·단기사채도 포함한다. 회사채는 AA ~ BB,  CP·단기사채는 A1 ~ A3까지다. 우량 및 A등급을 주로 매입하되, BBB등급 이하 채권도 매입한다. 다만 BB등급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경우로 한정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목적에 따라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SPV 매입 금리는 시장금리에 일부 가산 수수료를 추가한 형태로 운용할 계획이다. 발행기업이 우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취지다. SPV 운영은 정부·한은·산은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구체적 사항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 운영 시기는 미지수다. 정부 출자금이 추경안에 포함될 예정이라 일단 국회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