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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9월 신학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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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천인성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24부디렉터(EYE)
천인성 사회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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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끌고 가기보다 9월 신학기제를 이참에 결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학생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도 해야 한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클럽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치원, 초·중·고의 개학이 재차 연기되자 이처럼 9월 신학기제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다시 커졌다. 올 1학기가 파행 운영 중인 만큼, 차제에 3월 대신 9월을 새 학년 첫 학기로 바꾸는 ‘리셋(reset)’을 실행하자는 얘기다. 4월 학기제를 고수하던 일본이 9월 학기제를 검토한다는 외신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9월 신학기제는 기자의 눈에도 매력적이다. 북반구에 있는 ‘G20’ 국가 중 봄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일본·인도뿐이다. 9월 학기제로 바꾸면 미국·중국·유럽에 유학하려는 내국인, 한국대학에 오는 외국인에게 골치거리였던 6개월의 공백이 사라진다. 12월 기말고사 이후 이듬해 2월까지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9월 학기제에선 봄 방학을 없애고 학기 시작을 1월로 앞당겨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정부 모두 검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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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로 전환의 적기가 왔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찬성론자들은 올 1학기를 ‘없던 일’로 하고 9월부터 1학기 과정을 다시 시작하는 걸 염두에 두는 듯 하다. 그런데 이 경우 내년부터 초교 입학이 6개월 미뤄지게 된다. 취학연령을 6개월 앞당기려고 했던 기존 방안과 달리 외국보다 입학 연령이 늦어지게 된다. 9월에 애들을 추가 입학시켜 3월 입학 학생과 함께 가르치는 방법이 있으나, 학생 증가에 따른 교실·교사의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역대 정부도 10조원가량의 전환 비용 탓에 포기했다.

9월 학기제 주장이 ‘가을엔 정상 수업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전문가들이 가을 이후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어서다. 휴교 상태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1학기를 운영 중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크고작은 어려움에도 온라인수업에 열중했던 학생들은 “이번 학기는 무효”란 선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대로 된 ‘대차대조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학기제를 전환하면 입시는 물론 기업의 채용 시기, 자격증·공무원 시험까지 손봐야 하는데 전환의 이익과 비용 모두를 따져볼 만한 정보도, 시간도 부족하다. 학기제 전환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유치원-초·중·고-대학-취업이란 ‘국민 시간표’를 재편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를 리셋하는 중대 사안을 ‘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될 일이다.

천인성 사회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