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털면 300명이 다 걸린다.”
‘윤미향 사수’ 일선에 섰던 한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지난 18일 사석에서 한 말이다. 매일 새로운 의혹 제기와 앞뒤가 안 맞는 본인 해명이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앞선 양정숙 사태 때처럼 “검증이 부실했다”(윤호중 사무총장)고 실토하기는 아직 싫은 모양이다. “정의기억연대 회계나 위안부 쉼터와 관련해 의혹만 있을 뿐 사실로 확인된 게 없지 않느냐”는 게 19일 현재 이해찬 대표 주변의 반응이다.
민주당과 윤 당선인의 버티기가 길어지면서 언론의 때리기도 ‘윤미향의 모든 것’을 겨냥한 듯 거칠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소모전 속에서 위협받는 건 여당의 도덕성이나 언론의 균형감각만이 아니다. 지난 4·15 총선에서 풀어내지 못한 화두(話頭)의 퇴색이 어쩌면 더 큰 걱정거리다. ‘좀 더 온전한 선거제도는 무엇이냐’는 화두.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유효 투표 중 41.45%를 얻어 득표율에서 민주당보다 8.46%포인트 뒤졌지만 의석수(84석)에선 민주당(163석)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데 그쳤다. 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2년여의 갑론을박 끝에 치른 총선이었지만 오히려 결과는 득표수와 의석수의 불비례라는 고질병의 극대화였다.
지난 총선은 사표를 줄이고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당위를 남겼지만 여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에게서 이어진 뒤탈이 그 여정의 첫걸음을 뗄 용기조차 앗아갈 판이다. 버티는 민주당에선 “우리당 당선인만 문제냐”는 볼멘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야당이 촉발한 꼼수 경쟁 속에서 여야의 비례대표 후보 영입 및 공천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 기억하고 있다. 고백컨데 그 모든 사람들을 일일이 검증할 시간과 역량을 가진 언론사는 없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본디 누구의 책임인가. 민주당이 제명한 양 당선인 관련 의혹도 친동생의 진술로 불거졌고, 윤 당선인 관련 의혹도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점화됐다. 두 당선인과 수십 년을 함께 해 온 이들의 양심에 과부하를 준 것은 누구인가.
공천은 한 명의 시민을 공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대표자로 끌어올리는 정당의 본질적 기능이다. 특히 상위순번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비례대표 선출과정의 책임은 100% 정당의 몫이다. 연일 검증 부실이 “시간이 촉박해서”라거나 “극일 컨셉에 맞추다 보니”라는 등으로 합리화될 수 있다는 의식구조를 접하면서 ‘비례성 강화라는 민주적 지향은 백일몽’이라는 깨달음에 다다르고 있다.
임장혁 정치팀 차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