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장기 휴식을 선언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종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BS는 14일 ‘개그콘서트’가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은 휴식기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그동안 유행어로, 연기로 대한민국의 주말웃음을 책임져온 재능 많은 개그맨과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개그콘서트다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것을 약속드리며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국내 최장수면서 지상파 마지막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첫 전파를 탔다.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 역할을 도맡아 ‘개그사관학교’ 격으로 수많은 개그맨 스타를 양성했다.
또 수많은 유행어와 시대를 반영한 시사 개그 코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3년에는 시청률 30%에 근접하며 ‘국민 예능’으로 불렸다. 일요일 밤의 웃음을 책임지며 한 주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시작을 준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음 날 학교나 회사에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유행어를 모르면 대화에 끼질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공개 코미디 포맷 자체를 식상해 했다. 트렌드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야외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 등으로 옮아갔다. 비지상파 중 비슷한 포맷의 tvN ‘코미디빅리그’는 1%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코미디TV ‘스마일킹’도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일요일 밤이라는 상징성도 SBS TV ‘미운 우리 새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빼앗기면서 방송 시간도 평일 밤을 전전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장기 휴식을 택하게 됐다.
앞서 지난 7일 처음으로 폐지설이 제기된 ‘개그콘서트’ 측은 당시 “결정된 바 없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출연 개그맨들에게는 이달 말까지만 녹화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