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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늘린뒤 청년 고용 줄었다” KDI, 정년연장 ’신중론‘제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급격한 정년 연장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뒤 민간기업에서의 청년 취업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신중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KDI는 14일 내놓은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정년 연장 의무화로 민간사업체에서 고령층(55~60세)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2016년부터 60세 이상 정년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했다. 법 적용 이후 직원 수 10~999명 규모의 민간기업에서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55~60세 고용은 0.6명 늘었다고 KDI는 분석했다. 1000명 이상 규모 기업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자 1명당 고령층 고용도 1명 증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15~29세 고용은 정년 연장 수혜자 1명당 10~999명 규모 기업에서 0.2명, 1000명 이상 규모 기업에서 1명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공공기관의 경우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과 청년층 모두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KDI는 평가했다. 정년 연장 수혜자 1명당 고령층 고용은 0.4명, 청년층은 1.2명 늘었다.

이에 대해 KDI는 “공공기관의 경우 제도 변화 이전부터 이미 청년 미취업자 고용 의무가 있었다”며 “임금피크제도 2015년부터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 시행됐기 때문에 민간회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KDI는 “정년을 한꺼번에 증가시키는 방식은 민간기업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정년 연장에 명예퇴직‧권고사직 확대, 신규채용 축소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정년 연장이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더라도 충분히 긴 기간에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충분히 흡수될만한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경연에 따르면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 4년(2012~2015년)간 20대 실업자 수는 연평균 32만5000명이었는데 시행 후(2016~2019년) 39만5000명으로 늘었다.

한경연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인 25~29세 청년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경기 부진에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정년 연장까지 더해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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