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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운 박동원, 되레 더 단단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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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동원

박동원

프로야구 키움 포수 박동원(30·사진)이 더 단단해져 돌아왔다.

논란 딛고 공수 활약한 키움 포수

키움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에서 3-2로 이겼다. 4연승으로 1위에도 올랐다. 이날 최고 활약 선수는 5번 타자 겸 포수 박동원이었다. 2회 말 동점 솔로포 등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와 호흡도 좋았다. 요키시는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공수에 걸쳐 맹활약한 박동원은 모처럼 취재진과 얼굴을 마주했다. 20여명의 취재진을 본 그는 움찔했고, 인터뷰룸으로 들어서는 발걸음도 느려졌다. “벌 받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럴 만도 하다. 그에게 지난 두 시즌 인터뷰는 고통의 자리였다.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성 추문 논란에 휘말려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쓰레기통을 걷어차 제재금 200만원 부과 징계도 받았다.

그런 사이 팀 내 입지도 좁아졌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서 온 베테랑 이지영(34)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 시즌 이지영은 106경기, 박동원은 112경기에 출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에서는 박동원은 1차전에만 선발로 나왔고, 2~4차전은 이지영이 선발을 맡았다. 주전 포수라고 자부했던 박동원으로서는 속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어서일까. 박동원은 욕심을 많이 내려놓은 모습이다. 그는 “내 기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한국시리즈에 누가 선발로 나갔든, 4패로 진 건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이지영과 경쟁에 대해서도 “다른 팀 주전 포수와 비교해 출전 경기 수가 적은 건 전혀 아쉽지 않다. 나와 지영이 형은 우승만 보고 함께 뛴다. 팀만 이긴다면, 내가 나가도 좋고, 지영이 형이 나가도 좋다.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박동원은 개인 타이틀 같은 데 대한 목표도 없다. 그는 “구체적인 개인 목표는 없다. 그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실 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선발이 아니어도, 매일 똑같이 훈련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건 우승”이라고 말했다. 많은 논란으로 상처투성이였던 박동원, 흉터가 아문 자리는 딱지가 앉았다가 떨어지면서 더 단단해졌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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