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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바가지 없어요"…14조 풀리는 날, 들뜬 전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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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1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인들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11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인들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르포] 재난지원금 기다리는 전통시장

13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한 내수 경기를 북돋기 위해서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처음 시중에 풀리는 날이다. 11일부터 시작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신용카드사에서 했다면 이날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1일 중앙일보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구동성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서울시가 지급했던 재난긴급생활비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는 한 부부는 “지난달부터 모바일 서울사랑상품권이나 재난긴급생활비 선불카드로 수박·참외를 사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며 “재난지원금까지 풀리면 코로나19로 감소한 매출이 어느정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씨·햄프씨드 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고승호 사장은 “우리 가게는 특성상 단골만 찾는데, 재난긴급생활비가 풀린 이후 여주를 정기적으로 1개 사가던 손님이 요즘엔 2개씩 사간다”며 “재난 지원금까지 풀리면 3개씩 사가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전통시장에서 앉아서 먹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손님이 크게 줄었다. 문희철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전통시장에서 앉아서 먹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손님이 크게 줄었다. 문희철 기자

“신용카드 쓰는 젊은이들 많이 올 것” 기대

코로나19가 전통 시장에 미친 영향은 판매하는 제품마다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예컨대 이 시장은 꽈배기·떡 같은 분식으로 유명하다. 꽈배기를 판매하는 상인은 시장에서 구매만 하고 집에 가서 주로 먹는 꽈배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고 전했다. 가끔 6~7명이 줄을 설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떡볶이처럼 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먹어야 맛있는 분식류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판매하는 제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 매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는 대체로 일관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우리 과일가게는 60대 이상이 주로 오는데, 재난지원금이 풀리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품권·선불카드 방식인 재난긴급생활비와 비교하면, 재난지원금은 신용카드사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는 게 이 상인의 논리다.

하지만 전통시장 내에서도 일부 상점은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많이 찾는 경우도 있었다. 문희철 기자

하지만 전통시장 내에서도 일부 상점은 여전히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많이 찾는 경우도 있었다. 문희철 기자

정육점도 코로나19로 상당히 영향을 받은 업종이다. 영천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북촌한옥마을·인사동풍물거리를 비롯해 종로·광화문 일대 식당에도 고기를 납품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끊기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박 씨는 “재난지원금으로 온라인 쇼핑은 못 하니까 다들 식당에서 고기나 구워 먹고 밥이나 사 먹지 않을까요”라고 희망했다.

11일 오후 방문한 전통시장. 이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직후라서 대체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문희철 기자

11일 오후 방문한 전통시장. 이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직후라서 대체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문희철 기자

“스타벅스는 도대체 왜 허용” 불만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번갈아가며 하루에 한두번씩 시장 전체를 소독한다. 문희철 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번갈아가며 하루에 한두번씩 시장 전체를 소독한다. 문희철 기자

영천시장은 손님들이 재난지원금을 들고 시장을 찾을 경우를 대비해 방역 작업도 철저히 진행 중이었다. 서대문구청에 요청해 코로나19 방역 장비와 소독약을 지원받았다. 상인들이 번갈아가며 하루에 한두 번씩 시장 전체를 소독한다. 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강조하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하루에 4차례씩 방송하고 있다.

일부 소상공인이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내는 소비자에 더 비싼 가격을 불러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그런 우려가 있을 거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곳서 만난 모든 상인이 “우리 시장에선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정색했다. 정육점 주인은 “여기는 오히려 지원금을 사용하는 손님이 1000원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주는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지급했던 재난긴급생활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붙여둔 시장 내 상점. 문희철 기자

서울시가 지급했던 재난긴급생활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붙여둔 시장 내 상점. 문희철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제도가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시장 입구 양쪽에는 각각 1개의 식자재 마트가 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대형마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규정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마트 인근의 한 소상공인은 “솔직히 코로나19 이후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며 “마트는 코로나19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40평 이상 마트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했다면, 전통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이 상인의 주장이다.

마트 정반대 편에서 일하는 또 다른 상인도 “영천시장 맞은편 스타벅스는 언제나 사람이 드글드글하다”며 “스타벅스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영천시장에서 만난 일부 상인들은 마트, 스타벅스에서 영세 상점과 동일하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희철 기자

영천시장에서 만난 일부 상인들은 마트, 스타벅스에서 영세 상점과 동일하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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