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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채시험 온라인으로 본다, 커닝은 어떻게 막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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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10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삼성이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입사 시험의 풍경마저 바꾼 셈이다. 삼성에서 시작된 온라인 채용 시험이 코로나19로 공채를 미루고 있는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수험생은 자택 PC서만 응시 가능 #폰으로 본인·PC 번갈아 촬영하면 #감독관이 영상보고 부정행위 감시 #코로나 탓, 30~31일 4회 나눠 시험

삼성전자는 12일 “정부와 사회 각계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동참하면서도 회사가 필요한 인재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57년 삼성이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한 이래, 온라인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GSAT는 이른바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필기시험이다. GSAT 응시 인원은 매년 수만 명에 이른다.

삼성은 먼저 온라인 채용 시험 날짜를 분산했다. 안정적인 온라인 접속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5월 30일과 31일 이틀간 4회에 걸쳐 진행한다. 시험 영역도 온라인에 맞춰 바꿨다. 기존 시험 과목이던 언어영역과 시각적 사고영역은 빼고 수리영역과 추리영역 등 2개 영역만 시험을 본다. 삼성 관계자는 “오랜 시간 집중이 쉽지 않은 온라인 시험의 특성을 고려해 문제 해결력과 논리적 사고력 검증이 가능한 2개 영역만 평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전 준비 60분, 시험 60분 등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책도 도입한다. 삼성은 일단 4회에 걸친 시험 문제를 겹치지 않게 출제할 방침이다. 먼저 시험을 치른 응시생이 나중에 시험을 치르는 응시생에게 문제를 유출하거나 알려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삼성, 사상 온라인 필기전형 어떻게 진행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 사상 온라인 필기전형 어떻게 진행되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 감독관이 응시생을 실시간으로 감독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다. 다른 사람이 대리시험을 치르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시험을 치르는 등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우선 응시자는 집에서 PC를 이용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삼성전자는 응시자에게 스마트폰 거치대를 미리 발송한다. 응시생은 시험 당일 이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한 뒤 삼성이 마련한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해야 하고, 접속하는 순간 응시생 스마트폰과 삼성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연동된다. 응시생이 시험을 치르는 동안 본인과 PC를 번갈아 촬영한 스마트폰 영상은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감독관은 응시생들이 스마트폰으로 보낸 영상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인하며 부정행위를 감독한다.

삼성은 바뀐 시험 방식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응시자 유의사항, 휴대전화 거치대, 개인정보 보호용 커버 등을 담은 응시자 키트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시험을 보기 약 1주일 전 온라인 예비소집을 통해 시스템을 점검할 예정이다.

대기업 공채 중 규모가 가장 큰 삼성이 온라인 공채를 결정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이를 도입할지가 관건이다. SK 관계자는 “5월 중 치러지는 공채 필기 전형인 SK종합역량검사(SKCT)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입장을 결정해 응시생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LG그룹은 4월부터 계열사별로 공채를 시작했으며 온라인 시험 도입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시험은 도입해 볼 만하다”며 “삼성의 온라인 시험이 원만하게 치러진다면 다른 기업도 온라인 시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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