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댄스 보급 체육교사 박경빈씨 부부

중앙일보

입력

"투쓰리 차차 원!"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마천초등학교 강당. 스포츠댄스 지도강사인 박경빈(朴景彬.44)씨의 힘찬 구령에 맞춰 30여명의 선생님들이 ´차차차´ 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朴씨의 현란한 발동작을 따라 춤을 추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9시를 훌쩍 넘어선다.

서울 성남중학교 체육교사인 朴씨는 방과 후면 스포츠댄스 강사로 변신, 3년째 교사와 학생들에게 스포츠댄스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댄스와는 거리가 멀 것 같던 ´호랑이 선생님´ 朴씨가 스포츠댄스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1992년. 오랫동안 맡아왔던 교내 체조반이 갑작스레 해체되자 공허함이 밀려왔다. 뭔가 새로운 일에 몰두하고 싶었던 朴씨에게 동네 스포츠댄스 연습장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교사가 이런 것을 배워도 될까´ 하고 무척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포츠댄스가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됐죠. "

朴씨는 매일 저녁 연습장에 나가면서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점점 빠져 들었다. 처음엔 "그런 춤을 왜 배우느냐" 며 극구 말렸던 부인 이춘희(43.李春熙)씨도 남편의 권유에 따라 같이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이브.룸바.삼바.왈츠 등을 섭렵한 朴씨는 97년부터 체육시간에 스포츠댄스를 도입했다. 댄스 스텝은 전신운동이라 학생들의 몸을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朴씨는 ´사랑이 떠나가네´ 등 가요를 댄스에 접목시켰고 이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선생님이 스포츠댄스를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이듬해엔 이 학교 학부모들이 동아리에 합류해 모자(母子)가 함께하는 댄스 동아리로 거듭났다.

매일 2회씩 학교 교실에 모여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에 지난해 제1회 전국생활체조경연대회 체조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방학 때만 되면 부인 李씨와 함께 교사 스포츠댄스 연수 프로그램을 도맡아 지금까지 1천여명의 ´학생´ 을 배출했다.

朴씨는 "스포츠댄스는 좁은 공간에서 두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널리 보급해나갈 생각입니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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