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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 평등권 보장 장치" 與 떠난 '이남자' 챙기는 통합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군 가산점은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년여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야 하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서 명백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대표발의한 군 가산점 법안에 대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적절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태경 “20대 청년 명백한 불이익”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하 의원은 지난 1월 당시 새로운보수당의 ‘창당 1호 법안’으로 군 가산점 도입을 골자로 한 제대군인법(제대군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역ㆍ상근예비역ㆍ사회복무요원을 마친 군필자가 7ㆍ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필기시험 단계에서 과목별로 가점 1%(현역ㆍ상근예비역) 또는 0.5%(사회복무요원)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현행 병역법상 병역의무 대상이 아닌 여성들이 현역병에 지원하면 가점 1%를 부여하는 조항도 있다.

인권위는 최근 국가보훈처 의뢰를 받아 해당 법안을 검토한 뒤 “군 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등이 공직에 입직할 기회를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국제인권기준에도 위배된다”며 “병역의무 이행자 안에서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하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난달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대표발의한) 법안은 군대 간 사람은 남녀 모두 1% 가산점을 부여한다. 게다가 여성도 사병 복무를 가능하도록 해 군 복무한 여성들도 가산점을 받게 된다”며 “자격은 동등한데 차별적 권한을 부여하면 그건 평등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에 군 가산점 관련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통합당 ‘이남자’ 공략?

예비군 훈련 모습. [중앙포토]

예비군 훈련 모습. [중앙포토]

군 가산점 부여론은 군 복무가 당면 과제인 20대 남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 의원을 비롯한 통합당의 ‘이남자(20대 남성)’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20대 남성은 상대적으로 진보 정당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통설이 있어 왔다. 2016년 20대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20대 남성은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12.5%)보다 더불어민주당(47.5%)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의견이 3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지난달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20대 남성의 40.5%가 지역구 투표에서 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세대 남성 중 6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통합당 지지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20대 남성 정치 지향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역차별 문제를 지목한다. 군입대와 취업, 결혼 등에서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이 20대 남성 사이에 꽤 확산돼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사회에 첫발을 디딘 20대 남성들이 같은 세대 여성이나 다른 세대와의 사이에서 상당 부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결과적으론 보수화라고 볼 수 있지만, 대체로 20대의 탈이념, 탈진보 성향이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50대 상당수가 범보수 진영에서 이탈하면서 보수 정당이 대안 세대로 찾게 된 게 20대 남성들”이라며 “군 가산점 문제와 같이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인 60대와 20대 남성을 묶는 보수 진영의 전략적 대응 방안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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