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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널A 기자 변호인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검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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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관계인에게 제보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이모 기자가 검찰에 출석했다.[연합뉴스]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관계인에게 제보를 종용한 의혹을 받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이모 기자가 검찰에 출석했다.[연합뉴스]

‘검사장 통화 논란’에 휘말린 채널A 이모 기자가 주진우(44‧사법연수원 31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주 전 부장검사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재판에 넘겼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라인이었으나 좌천성 인사로 검찰을 떠났다. 해당 채널A 기자는 압수물 관련 절차 참여를 위해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채널A 기자, 압수물 분석 참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날 오전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물품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작업 참여를 위해 이 기자를 소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채널A 본사와 이 기자의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 기자는 아직 정식 조사는 받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이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정식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압수수색 대상에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와 제보자 지모(55)씨,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검찰 관계자, 이 기자가 편지를 보내 취재 협조를 요청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구치소 수용거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채널A 기자 측 “나도 피해자”  

 이 기자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만나 이 전 대표가 대주주로 있던 신라젠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관계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 등을 언급하면서 "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며 이 전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뉴시스]

이 기자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만나 이 전 대표가 대주주로 있던 신라젠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관계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 등을 언급하면서 "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며 이 전 대표를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뉴시스]

이 기자 측은 “제보자 쪽에서 오히려 이 기자를 속인 측면도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제보자 지씨의 행동이 협박죄의 ‘피해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지씨가 이 기자를 상대로 ‘여야 정치인 5명의 장부 및 송금 자료’ 등을 언급하며 취재를 유도했는데, 실제 협박의 피해자라면 굳이 실체도 불분명한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이 기자를 변호를 맡은 주 변호사는 “제보자 지씨와 이 기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편파 조사 논란이 없도록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지씨도 공평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씨가 이 기자로부터 ‘해악의 고지’를 느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지씨가 MBC 기자까지 대동해 이 기자를 취재하게 된 동기나 배경, 경위 등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을 맡았던 그는 지난해 8월 법무부 중간간부 정기인사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에 임명되자 검찰을 떠났다.

당시 그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면서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그리고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의 사직인사를 남겼다.

김수민‧박태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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