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군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 연속 발생하면서 군 당국의 방역 관리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우선 확진자가 나온 지역 부대는 장병 출타는 다시 제한하되 전 부대 휴가·외출 제한 조치는 향후 확산 추이를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태원 클럽발 군내 확진자 4명 발생 #휴가·외출 제한, 추이 지켜본 후 결정 #영내 대기지침 어긴 간부들 징계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국방부 직할부대 사이버작전사령부(사이버사) 소속 A 하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하사는 같은 부대 소속으로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B 하사의 밀접 접촉자다.
B 하사는 지난 2일 새벽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모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후 국방부 인근 독신자 숙소로 귀가한 뒤 지난 5일 증상이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고 6일 정상 출근했다.
B 하사가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한 시점은 방역 당국이 용인 66번 확진자의 접촉자를 파악한 7일 오전이었다. 이때가 돼서야 용산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가 시작됐다.
군 당국은 B 하사가 지난 4일과 6일 출근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통보 전까지 B 하사는 자신이 감기에 걸린 줄 알고 내과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A 하사는 B 하사와 함께 식사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B 하사는 또 지난 6일 전투 체육을 함께 하던 같은 부대 소속 C 병사에게도 바이러스를 전파했다고 한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육군 직할부대 소속 D 대위도 지난 1일 밤~2일 새벽 친구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이태원에서 다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로 현재까지 군 내 4명의 확진자가 새로 생겼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부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타 제한을 다시 지시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과 수도군단 등 수도권에 위치한 부대의 경우 이날 장병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휴가 중인 인원들에겐 당분간 자가 격리 지침을 내렸다. 대규모 검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B 하사의 접촉자로 분류된 장병 103명에 대해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시행한 데 이어 10일엔 사이버사 부대원 전원을 대상으로 해당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숙소대기 원칙을 어긴 B 하사 등에겐 당연히 ‘지시 불이행’에 따른 징계가 있을 것”이라며 “일단 방역과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사태를 기강 해이와 연결 지어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B 하사와 D 대위 모두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영내 대기 지침이 내려진 때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지난 6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는 것과 맞물려 8일부터 장병 휴가와 외출 제한을 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22일 이후 군 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선제적 출타 제한의 성과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방부 직할부대의 한 간부는 “이달 초 출타 제한이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 무섭게 일부 간부들이 숙소 대기 원칙을 어겼다”며 “일시적인 방심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