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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인파에 놀란 평가단…'D-1' 1조원대 방사광가속기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전남 나주의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혁신도시 내 빛가람전망대 앞 진입도로에 주민 300여 명이 모였다. 1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최종후보지를 선정할 '부지선정평가위원'들을 기다리는 환영인파였다.

정부, 전남과 충북 중 후보지 8일 발표 #나주, 평가단 방문에 300여 명 환영인파 #"국토균형발전" 외치며 호남 유치 촉구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 모형. 오른쪽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우선협상 대상지 선정을 위한 현장실사단이 7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를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프리랜서 장정필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일대 모형. 오른쪽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우선협상 대상지 선정을 위한 현장실사단이 7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를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프리랜서 장정필

평가단 "환영인파, 해산해달라"

 주민들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방사광가속기는 나주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손에는 '520만 호남인의 염원' '호남권 성장 이룩할 방사광가속기' '호남 과학도들의 희망 방사광가속기'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과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후보지로 압축된 전남 나주시와 충북 오창을 현장 실사했다. 15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는 오전(나주)과 오후(오창) 예정 후보지를 90분간 비공개 방식으로 둘러봤다. 과기부는 이날 실사 결과를 토대로 8일 중 우선협상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주민들은 먹거리 산업이 부족한 전남의 현실을 거론하며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희망했다. 채성군(57·나주 빛가람동)씨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도전장을 낸 다른 지역은 나름대로 먹고 살 기반산업시설이 있지만, 호남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방사광가속기만큼은 꼭 나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꼴찌"라며 "방사광가속기만큼은 호남으로 와야 한다"고 했다.

7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 인근에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단을 환영하는 인파가 모여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7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 인근에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단을 환영하는 인파가 모여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나주시민, "경제 취약한 호남에 와야"

 국토균형발전을 고려했을 때도 방사광가속기의 최적입지는 호남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길주(58) 나주 빛가람동주민자치회장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호남이 발전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한전과 한전공대, 방사광가속기까지 한데 모여 호남이 발전할 수 있는 산업클러스터를 만들 유일한 기회"라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할 예정이던 현장실사는 환영인파 때문에 약 20분 지연되기도 했다. 평가위원들이 "1조 원대 대규모 국책사업 향방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데 방해가 된다" 며 주민 해산을 요구해서다.

 주민들은 "환영인파가 돌아가지 않으면 심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평가위원단의 태도에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나주시민은 "대규모 환영 인파가 혹시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7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 인근에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단을 환영하는 인파가 모여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7일 오전 11시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 인근에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단을 환영하는 인파가 모여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햇빛보다 100경배 밝은 '슈퍼 현미경'  

 정부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첨단산업을 이끌 미래 유망사업이라는 판단 아래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백질과 바이러스 구조·분석이나 정밀 나노소자 분석 등 바이오·헬스·반도체·생명과학 등 첨단분야에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총 사업비 약 1조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한 뒤 2028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올릴 때 생기는 밝은 빛을 이용해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분석하는 장치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광보다 100경(京) 배나 밝은 빛을 이용해 머리카락 10만분의 1 크기의 물질도 관찰·분석할 수 있다. 100경 배는 100억 배에 1억 배를 곱한 수치다. 방사광은 병원의 X-ray(엑스레이) 촬영이나 공항의 화물 검색대에 활용되는 것을 비롯해 우리 생활주변에 폭넓게 퍼져 있다.

7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를 찾은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위원단이 현장실사를 마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7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를 찾은 방사광가속기 부지선정평가위원단이 현장실사를 마친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생산유발 6조7000억원…미래 먹거리산업 

 방사광가속기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뜨거운 것은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면 6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내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2조4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13만7000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사광가속기 부지 주요 평가항목·기준은 ^제공부지, 진입로 등 '기본요건'(25점) ^지질·지반 안전성, 정주 여건 등 '입지조건'(50점) ^행정·법적, 재정지원 방안 등 '지자체 지원'(25점) 등이다.

나주=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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