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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공수처장 첫번째 조건은… ‘당적 NO, 정치적 중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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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현판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남기명 설립준비단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제막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현판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남기명 설립준비단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제막을 축하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돼야 합니다.”

대한변협 사법평가위원회가 7일 오전 11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처장’의 인선 기준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1시간 반 동안 비공개로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는 공수처장의 기준에 대한 논의와 함께 두 자릿수 안팎으로 추려진 공수처장 후보들에 대한 평판을 교류했다. 회의 말미에는 평가위원들이 처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복수의 선호도 투표도 벌였다. 이날 위원들을 대상으로 추려진 공수처장 후보 명단은 다음달 초 열리는 상임이사회로 넘겨진다.

‘1호 공수처장’의 기준은

이날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당적이 있거나 선거에 출마했거나 SNS 등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난 이들은 처장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았던 황희석(53·사법연수원 31기) 전 법무부 인권국장과 부산 해운대을 당내 경선에 도전했던 석동현(60‧15기) 전 검사장 등이 추천 명단에서 빠졌다고 한다.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위원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규모의 조직을 통솔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를 향해 칼을 겨눌만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과거의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과거의 검찰은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과 광역단체장·교육감, 대통령비서실·국정원 3급 이상,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헌법재판관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을 가결했듯 권력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해 나갈 사람이 공수처장 자리를 맡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처장 정년인 65세에 걸려 임기 3년을 못 채우게 되거나 검사 퇴직 기한(3년)이 걸리는 등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배치되는 이들은 아예 후보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68·10기) 특별검사나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발의한 김영란 전 대법관(64·11기),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오수(57·20기) 전 법무부 차관 등은 모두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는

변협회장은 추천위에 소속된 인사위원이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를 보고받은 이찬희 변협회장은 6월 상임이사회에서 추려진 후보를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후보를 선정해 공수처장후보자추천위(후보추천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후보추천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변협회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하고 국회 교섭단체 자격을 지닌 여야 정당이 추천한 위원 각 2명씩을 포함한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이 중 6명의 동의를 얻어 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공수처를 반대하는 시민들 [뉴스1˙연합뉴스]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공수처를 반대하는 시민들 [뉴스1˙연합뉴스]

7명 중 6명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어떤 의미로든 색채가 뚜렷한 이는 상대편에서 거절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중립적인 조직인 변협회장이나 법원행정처장 몫 추천 후보의 위상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드루킹’ 불법 댓글 사건 특별검사 추천 때 ‘정치적 중립성’이 쟁점이 되면서 변협이 추천한 허익범 특검이 임명된 것과 비슷한 구조로 보인다”며 “여·야를 포함한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관건이기 때문에 누구 몫으로 추천되든 결국 후보 자체의 평판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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