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전야 병원응급실 항의사태 속출

중앙일보

입력

병.의원들이 폐업이 하루앞으로 임박한 19일 밤서울 시내 종합병원에서는 당직 의사들이 "밤 12시부터는 진료를 할 수 없다"며 환자를 돌려보내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이에 항의하는 환자측과 의료진간에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본격적인 의료대란을 예고했다.

○... 이날 오후 10시30분께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임장택(44.서울 마포구 남가좌동) 씨가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요청했으나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소독 등 간단한 응급조치만 한채 입원을 거부당했다.

임씨의 부인은 "남편이 차에 치여 얼굴과 다리를 다쳐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의료진들로 부터 "입원이 불가능하다"말을 듣고 "인술을 내세우는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를 담보로 투쟁을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한 병원 전공의는 "오늘밤 12시 부터 우리는 의사가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임씨는 병원측과 실랑이를 벌인끝에 인근 동신병원으로 후송됐다.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후송된 환자를 응급실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만 한채 방치, 뒤늦게 중환자실로 옮겨 중태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교통사고로 머리와 가슴을 크게 다친 우재필(24) 씨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병원측이 응급처치만 한채 5시간 동안 응급실에 방치했다가 오후 7시30분께야 중환자실로 옮겨 뇌출혈증세가 악화됐다고 우씨 가족들은 주장했다.

우씨 가족들은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들이 ´환자를 왜 받았느냐´고 서로 불평하는 모습을 봤고, 중환자를 그대로 응급실 병상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환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뇌출혈증세를 보였고,응급처치로 목숨이 위급한 환자를 살렸다"며 "중환자실이 모두 차 있었기 때문에 응급 실에 있었을 뿐 환자를 무작정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0...경찰병원에서도 이날 오후 10시50분께 후송된 간암 말기 환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환자 보호자들의 반발을 샀다.

집에서 투병을 하다 이 병원을 찾은 간암 환자 권모(34.주부.서울 송파구 문정 동) 씨는 병원측으로부터 "현재로서 입원치료는 불가능하다"는 응급실 의사들의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지난 17일 서울대 병원측으로부터 "파업 때문에 입원시킬 수 없다"며 퇴짜를 맞기도 했던 권씨 가족들은 "도대체 병원마다 환자들을 떠넘기고 있으니 어디서 치료를 받으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도 오후 11시께 응급 수술을 받으러 지방에서 후송된 30대 여환자의 수술 여부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리 골절상을 입어 경북 상주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날 밤 부랴부랴 서울대 병원에 도착한 민병란(38.여) 씨는 "수술이 곤란하다"는 얘기를 듣고 응급실 입구에서 병상 ´시위´를 벌였다.

민씨 보호자들은 "왜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딴 병원으로 가라고 하느냐"며 격렬히 병원측에 항의했으나 결국 청량리 성심병원으로 옮겨야했다.

○...서울 중앙병원에서도 충남 온양에서 간암 투병중 쓰러져 이날 오후 10시30 분 양모(47.충남 아산시) 씨가 후송됐으나 입원이 거부당해 포도당 주사 처치만 한 채 강동 가톨릭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족들은 "이전에 서울중앙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집에서 요양중이었는데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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