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P "김정은 사망설, '심혈관 수술' 오역이 부른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 오보가 '오역'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 현장에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 현장에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오전(현지시간) 김정은 사망설 오보가 나온 배경을 짚으며 "북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오보가 한국의 웹사이트에서 한 명의 익명 관계자에 기대 보도한 내용을 오역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WP는 "김정은에 대한 보도는 한국에 기반을 둔 웹사이트 '데일리 NK'에서 처음 나갔는데, 이곳은 북한에 대한 뉴스와 가십, 루머를 다룬다"고 소개했다.

데일리NK는 지난달 20일 김 국무위원장이 심혈관계 수술 후 회복 중이라고 보도했다. 흡연과 비만, 피로 등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됐을 것이라 추측하는 내용이다.

데일리NK의 영어 편집자인 로버트 로러는 5일 "한국어로 심혈관 수술(cardiovascular procedure)이라고 적힌 기사가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심장 수술(heart surgery)로 옮겨지면서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보도한 데일리NK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정사항. 여러 명의 소스로부터 보도한 것이 아니라 '한명의 소스'로 부터 온 보도라고 정정했고, 심장 수술보다는 심혈관계 수술에 가깝다고 정정했다. [데일리NK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0일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보도한 데일리NK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정사항. 여러 명의 소스로부터 보도한 것이 아니라 '한명의 소스'로 부터 온 보도라고 정정했고, 심장 수술보다는 심혈관계 수술에 가깝다고 정정했다. [데일리NK 홈페이지 캡처]

영문판 데일리NK는 홈페이지에서 이를 바로잡았지만 이미 다른 뉴스 리포트에서 심장 수술이란 단어를 옮겨간 후였다고 WP는 부연했다.

WP는 데일리NK에 이어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보도한 CNN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했으나 CNN이 21일 보도를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가십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연예뉴스와 가십을 주로 다루는 TMZ는 '속보'란 이름을 달고 김정은 사망설을 보도했다. TMZ는 사망설을 보도하면서 중국과 일본 매체를 인용했을뿐 직접 검증하지 않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정은 사망설'을 속보로 보도한 TMZ. TMZ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사망설'을 속보로 보도한 TMZ. TMZ 홈페이지 캡처

MSNBC의 진행자인 케이티 터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관료 2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김 위원장이 뇌사상태라고 적기도 했다. 이후 그는 이를 사과하고 삭제했다. 하지만 WP는 이 트윗 글 이후 트위터상에는 '#김정은사망'이란 해시태그가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WP는 CNN이 해당 보도를 하며 여러 차례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CNN측은 "정직한 보도였다"고 해명했으며, CNN의 담당 앵커는 WP의 지적에 답하지 않았다.

WP는 또 적극적으로 루머 확산을 사실상 방치한 백악관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사망설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38노스 부편집장 제니 타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보 공유 방식은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WP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지만, 최근 공개석상에 등장한 김정은의 사진은 지난 몇 주 동안 김정은에 대한 보도가 완전히 잘못된 정보, 혹은 절만 사실에 기댄 추측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북한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사건은 미국 미디어에 굉장히 교훈을 주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