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38명 모두 신원확인…유족, 동의없는 부검 반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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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현장 앞에 한 시민단체가 가져온 국화꽃이 놓여 있다. 뉴스1

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현장 앞에 한 시민단체가 가져온 국화꽃이 놓여 있다. 뉴스1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로 숨진 38명의 신원이 2일 모두 확인됐다. 사고 발생 사흘 만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5시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신원 미확인으로 분류됐던 마지막 사망자 1명의 유전자(DNA)가 유족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재 사망자 38명 가운데 애초 신원이 확인되지 않던 9명의 신원이 모두 파악됐다.

화재 직후 사망자들의 시신을 수습한 경찰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문이 훼손돼 신원 확인이 어려웠던 9명에 대해선 지난달 30일 유전자를 채취해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했다. 이후 지난 1일 8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경찰은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된 나머지 사망자 29명도 유족을 상대로 얼굴을 모두 확인했으나 최종 확인을 위해 유전자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날까지 사망자 13명에 대한 부검을 마쳤다. 부검 대상자는 채혈 검사만으로는 사인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이날 추가로 부검 영장을 신청한 3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다.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약 7시간 진행된 경찰의 정밀 수색에서는 사망자 유해 일부 2점과 휴대전화 1대가 발견됐다. 수거된 휴대전화는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요섭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정밀 수색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발견된 유해 일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며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봐야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장은 이날 수색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다며 3일 건물 지하 1층을 중심으로 2차 정밀수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유족 동의 얻지 못해 사과”  

1일 오후 경기 이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경기 이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부검 관련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윤명도 이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오후 5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앞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부검은 사망자들이 화재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하는 절차”라며 “부검을 진행하면서 먼저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경찰이 유가족 동의 없이 일부 시신 부검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이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부검한다”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도 일부 유가족은 부검 문제를 질의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가족 동의 없이 부검한 사망자는 3명이다. 현재 이날까지 유가족 동의가 없어 부검을 못 하고 있는 시신은 5구로 파악됐다. 윤 과장은 “동의를 구하기 위해 유가족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가족이 원치 않아서 부검을 안 할 수도 있는데 기다리겠다”며 “필요성 등에 대해선 더 설명하겠다. 부검이 늦어지면 다른 이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협조 부탁드린다. 꼭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화재 원인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윤 과장은 “경찰에서도 가장 수사하려고 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라며 “수사 상황을 안 알려드리는 게 아니라 수사대상자들이 미리 알고 (수사에) 대처할까 봐 상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 진행 속도에 대해선 “얼마나 걸릴지는 확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채혜선 기자, 이천=정진호·이가람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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