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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차 대유행? 항체 검사로 ‘스텔스 감염’ 밝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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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08면

인구면역도 조사 왜

프로야구 개막을 나흘 앞둔 1일 서울 잠실야구장 관계자들이 경기장 을 소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당초 일정보다 38일 늦게 시작하는 프로야구는 당분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개막을 나흘 앞둔 1일 서울 잠실야구장 관계자들이 경기장 을 소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당초 일정보다 38일 늦게 시작하는 프로야구는 당분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1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명 늘었다. 해외유입 사례가 8명, 국내 지역사회 발생이 1명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지역 사회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4명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였다. 코로나19 감염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 샌타클래라 주민 항체 검사선 #감염자 수 확진자의 50~85배 추정 #질본 “대구·경북지역 중심 실시” #감염자수 늘면 치명률은 떨어지고 #사회·경제적 대책 방향 달라져 #정확한 시약·검사법 없어 한계도

코로나19 확산 세가 가라앉으며 방역 당국은 ‘인구면역도 조사’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병 특별관리지역(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체 검사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 규모와 면역력 상태를 파악하는 수단이 인구면역도 조사다. 특히 올 가을·겨울 도래할 가능성이 있는 ‘2차 팬데믹(대유행)’의 발생에 대비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 셈이다.

항체가 몸 안에 있다는 건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된 뒤 회복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에게 항체가 반드시 생기는 건 아니지만, 의학계에서는 항체가 대부분 생긴다고 본다. 홍역의 경우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 등에 따른 항체형성률은 94~95%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무증상 감염자, 이른바 ‘스텔스 감염’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인구면역도 조사는 필요하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의대 교수)은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면 인구면역도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항체 조사를 이미 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가 최근 공개한 ‘심사 전 논문(pre prin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주민 3300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 항체형성자는 표본 집단의 2.49~4.16%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샌타클래라 카운티 전체 인구(194만3411명)로 환산하면 4만8000~8만10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지역의 4월 초 확진자(956명)의 50~85배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확진자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나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자(1일 기준 누적 6852명)는 전체 인구의 0.3% 정도에 불과하다. 샌타클래라의 수치를 준용해서 실제 감염자 수가 50배 정도만 된다고 해도 대구 전체 인구의 15% 정도가 코로나19 항체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인구가 약 243만 명이기 때문에 15%만 치면 36만4500명 정도가 감염된 적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경증이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확진 검사 체계에서 알지 못한 채 면역력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실제 찾아낸 확진자 수보다 항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론한 감염자 수가 많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숨겨진 환자 규모가 드러나 실제 감염자 수가 늘면 치명률(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확진자로 나눈 것)은 뚝 떨어질 수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항체 검사법으로 추산한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1~0.2% 수준이었다. 1일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2.30%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다음 유행이 왔을 때 치명률이 2%인 전염병과 0.05%인 전염병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억제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을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병실 운영 방침 등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항체검사를 통한 ‘인구면역도 조사’까지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믿을 만한 검사법’을 찾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항체 검사를 할 시약의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를 포함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시약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 수준인 코로나19 관련 항체 연구도 남은 과제다. 항체를 가진 사람이 많더라도 이들에게 형성된 모든 항체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중화항체)인 지도 불분명하다. 생존 기간도 알려지지 않았다. 방지환 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면역이 생겨 퇴원하는 건 맞지만, 면역이 강력하고 오래돼서 한번 걸리면 평생 안 걸릴지 아니면 오래가지 않고 다시 걸릴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화항체의 경우 메르스는 1년, 사스는 3년 정도 지속한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된 환자 중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기고, 또한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졌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며 예방 효과를 내느냐가 향후 방역 전략 등을 짜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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