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항체 형성률 3~14%, 집단 면역 작동 안 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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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08면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몇몇 나라가 검토했던 대책 중의 하나가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다. 사회나 공동체 등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확산 세가 더뎌지고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60~80% 항체 있어야 #칠레 등 ‘면역 여권’ 발급 계획 차질

이런 집단면역 형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항체 검사를 통한 인구면역도 조사다. 올해 가을과 겨울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자 각국에서 항체 형성 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대유행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면역 방어막’이 쳐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나 보건 전문가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 다수 국가에서 항체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적게는 (인구 집단의) 3%에서 많게는 14%의 항체 양성률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 중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의 비율이 이 정도라고 추산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의 항체 형성률로 코로나19의 유행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을 보여주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따져보면 납득이 된다. R0는 환자 1명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평균 인원을 의미한다. 1이 넘으면 유행이 전파될 수 있고, 1보다 낮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유행이 사그라든다는 의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던 때 R0는 5.6 정도였지만 코로나19 국내 확산 세가 잦아든 최근에는 1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하는 코로나19의 R0는 2.5다. 환자 1명이 2.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집단 면역이 생기려면 전체 인구의 60%가 감염돼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중국 우한(武漢)의 사례를 바탕으로 추정한 코로나19의 R0는 5.7이다. 전체 인구의 82%가 감염돼야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

전 인구의 3~14% 수준의 항체 형성률로는 대유행을 막기 위한 ‘집단 면역’이 작동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칠레 등에서 주장하는 ‘면역 여권’도 여의치 않은 시나리오란 이야기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브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지난달 2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과 항체를 가진 사람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에 면역 여권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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