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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알린다며 사망환자까지 찍어 올린 의사 유튜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교통사고로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처]

건국대 충주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지난 15일 교통사고로 실려온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 캡처]

지방의 한 의대 교수가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려 의료 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영상엔 교통사고 환자가 진료 중 숨을 거두는 장면과 환자의 항문 등 내밀한 신체 부위가 여과없이 나타나 과도한 신상 노출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국대병원 교수 의료윤리 논란 #환자 동의 받지 않고 알몸도 노출 #네티즌들 “선 넘었다”…결국 삭제 #병원 “사전 인지 못 해, 윤리위 개최”

2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응급의학과 A교수는 지난달 28일 ‘ER story(응급실 일인칭 브이 로그)’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근무한 지 15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채널 소개란에 “모든 에피소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했다. 질병의 진단과 과정을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좀 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실제 응급실 진료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A교수의 말대로 채널에 올라온 영상엔 적나라한 응급 현장이 담겨 있었다. 특히 지난 15일 올린 ‘Ep. 6 외상환자의 심폐소생술/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실제상황/병원 다큐멘터리’편에선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고 실려 온 남성 환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기도를 열기 위해 호스를 삽관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환자의 얼굴과 병원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 환자의 성기는 모자이크로 처리했다. 하지만 체모나 상체 대부분은 그대로 노출됐다. 치료를 받던 환자는 심폐소생술 도중 사망했다.

다음날(16일) 올라온 ‘Ep. 7 항문에 무엇을 넣었나요?/아파도 꺼내야 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선 항문에 이물질이 낀 환자가 등장한다. 역시 환자의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했으나 둔부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하는 장면, 기계를 넣어 이물질을 빼는 장면은 고스란히 찍혔다. 두 영상은 각각 6797회, 5054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에선 환자의 병명과 증상, 집도 시 유의사항 등 설명이 나왔다. 문제는 환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선을 넘었다”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16일 영상을 마지막으로 29일 새벽 유튜브 채널은 삭제됐다.

해당 병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로 오늘 알게 됐다.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에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응급실 상황을 찍어 올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의료진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의사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엔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 게시 금지 ▶소셜미디어상의 게시물 공개 범위 설정 신중 등이 포함됐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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