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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타격에 서비스업 역대 최악…“해외 악재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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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피해를 본 산업은 서비스업이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이 4.4%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똥을 직접 맞은 숙박·음식점, 운수·창고 분야의 피해가 특히 심각했다.

코로나19에 3월 생산·소비 하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에 3월 생산·소비 하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 감소가 전체 생산 지표 하락을 이끌었다. 음식점·주점업과 숙박업에서 매출이 급감(-17.7%)했다. 인구 이동이 줄면서 항공·육상·철도운송업 등 운수·창고 분야(-9%)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컸다.

 생산의 다른 한 축인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4.6%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2월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다. 자동차 생산이 기저효과를 누리며 전월 대비 45.1% 증가했고,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LCD(액정표시장치)·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가 국내 업체로 넘어오면서 전자부품(12.7%) 생산도 늘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자동차 부품 수급 문제가 해소되고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효과로 광공업 생산이 좋아졌지만, 이를 제외하면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위기, 서비스업 중심의 위기”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번 위기가 서비스업 중심의 위기라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며 “민생경제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내수와 민생 부문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루 단위로 모으고 있는 속보 지표에서도 방한 외국인 관광객, 놀이공원 이용객, 영화 관람객, 지하철 이용객, 도로 통행량 등의 서비스업 지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줄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잿빛 전망에 소비·경제 심리 악화

 생산과 마찬가지로 소비 지표는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한 1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소비 동향을 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 감소했다. 면세점 등에 고객이 급감하며 화장품 등 비내구재(-4.4%)와 의복 등 준내구재(-11.9%)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반면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조치 등의 영향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는 14.7%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소비가 전월 대비 1%, 산업생산이 0.3% 감소했다. 사진은 28일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소비가 전월 대비 1%, 산업생산이 0.3% 감소했다. 사진은 28일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뉴스1

 향후 경기 국면을 볼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내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2포인트 낮아졌다.

 3대 산업 지표 가운데 투자 지표만 호조를 보였다. 전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9% 증가했다. 반도체 시장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도체 제조 기계 도입이 늘어나는 등 기계류(8.1%)를 중심으로 한 신규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건축(2.4%)과 토목(3.2%) 공사 실적이 모두 늘어 전월보다 2.6%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4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4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9%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미국·유럽 등 해외 변수 여전”

 먹구름은 쉽게 걷히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지만, 주요 수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요 위축이 한국 수출의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국내 생산·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유럽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 수요 감소의 파도가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몰아칠 것”이라며 “해외 국가의 민간 수요가 끊어지는 등 장기 침체에 대비해 정부가 수출 기업을 지원할 여력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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