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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BC 영장만 기각됐나…윤석열, 이성윤 대놓고 질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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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은 29일 서울중앙지검을 향해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채널A와 함께 MBC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됐지만, MBC만 기각된 것을 두고 ‘형평성’시비가 일자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을 대놓고 질책한 것이다.

MBC 빼고 왜 채널A만…尹·李 '미묘한 힘겨루기'

이날 윤 총장은 채널A와 MBC 등에 대한 중앙지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집행 상황을 파악한 뒤 재차 ‘균형 있는 수사’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 여부와 함께 영장 범죄 사실을 내용에 따라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의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크다.

윤 총장이 누차 말한 ‘균형 있는 수사’는 채널A기자와 검사장의 통화 논란 혐의는 물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이 제기한 MBC의 신라젠 65억원 투자 의혹 보도 고발(명예훼손)▶채널A 기자와 제보자 지모(55)씨가 만나는 장면을 MBC가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는 의혹(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페이스북 글 고발(명예훼손) 등을 아우른다.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이미 의혹 전반에 관련한 공정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균형 있는 수사를 하라’는 윤 총장의 발언이 담긴 보도가 잇따르는 것이 곤혹스럽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전날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잇따르자 중앙지검은 곧장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치우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의견차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인에 대한 전격 기소 단행 때도 빚어졌다. 한번도 소환되지 않고 이뤄진 최 당선인에 대한 검찰 기소는 이 지검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할 때마다 의견차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한 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앞. [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착수한 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앞. [연합뉴스]〈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MBC 압수수색 영장 기각…왜?

논란의 씨앗은 정작 중앙지검이 청구한 MBC 압수수색 영장에 최 전 부총리 등과 관련된 의혹은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검찰은 이를 첫 보도한 MBC와 의혹 당사자인 채널A에 대해 동시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MBC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해당 영장에는 MBC가 최 부총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나 촬영 과정의 ‘피의자’가 아니라 ‘채널A‧검사장’ 통화 논란 사건에 대한 ‘참고인’으로만 적혀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에 윤 총장은 균형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한쪽만 영장이 발부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일각에서는 MBC 보도는 제보자 지씨의 의도를 포함,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 등을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MBC의 압수수색 영장에 최 전 부총리 건 등도 폭넓게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도 “공직자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고,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로 압수영장을 발부되면 향후 사건에 대한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는 점 등도 언급된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5년 6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집단지성'. 가운데 이철 전 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모습이 확인된다. [사진 유튜브]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5년 6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집단지성'. 가운데 이철 전 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모습이 확인된다. [사진 유튜브]

수사 파장, 어디까지 번질까

검찰 수사의 향배는 각 언론사는 물론 윤 총장에게까지 파급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채널A나 해당 검사장이 타격을 입을 수도, 반대로 MBC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수사 결과가 윤 총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MBC는 지난달 31일 이른바 ‘제보자X’라고 불리는 지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과 채널A 기자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채널A 기자가 ‘신라젠 사태’ 관련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취재하기 위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에 접근해 ‘검사 인맥’을 내세우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게 골자다.

사상 초유 ‘검찰‧채널A’ 1박 2일 대치

채널A 기자협회는 "검찰 수사관 10여 명은 4월 29일 오전 7시5분 경 동아미디어그룹 광화문 사옥을 무단 진입했다"고 성명을 냈다. [채널A제공]

채널A 기자협회는 "검찰 수사관 10여 명은 4월 29일 오전 7시5분 경 동아미디어그룹 광화문 사옥을 무단 진입했다"고 성명을 냈다. [채널A제공]

한편,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에서는 압수수색으로 인한 대치 상황이 1박2일로 길어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검찰 수사관은 15명가량이 추가 투입됐다.

채널A 기자협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오전 7시5분쯤 추가 투입된 수사관들은 1층 보안 게이트를 뛰어넘어 채널A,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에 들이닥쳤다”며 “검찰은 채널A 기자들 동향을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이른 아침 기자들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 무단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김수민‧김민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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