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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관광지 3곳 걸어 이동" 싱가포르대사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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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8년 당시 김정은 북한위원장의 모습. 그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같은 달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난 모습. 밝고 활기차 보인다. [중앙포토]

2018년 당시 김정은 북한위원장의 모습. 그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같은 달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난 모습. 밝고 활기차 보인다. [중앙포토]

2018년 6월 10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에릭 테오 당시 싱가포르 외교부 동북아국장(현 주한대사)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촬영]

2018년 6월 10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에릭 테오 당시 싱가포르 외교부 동북아국장(현 주한대사)가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촬영]

"2년 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을 2박 3일 동안 네 차례 곁에서 지켜봤다. 당시 34세였는데도 아주 자신 있는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매년 외국인 2000만명이 찾는 싱가포르의 관광산업을 많이 배우고 싶어했고, 북한의 소나무를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사위'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인터뷰] #2018년 북·미 첫 정상회담 당시 2박3일 수행 #"34세에도 아주 자신 있는 말투와 걸음걸이" #"북한산 소나무를 싱가포르에 기증 약속" #"관광산업 위해 싱가포르 경험 적극 배워" #"코로나 확진자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사망률은 0.1%로 주요국 중 가장 낮아" #경희대 졸업한 한국인 김민재씨와 결혼 #문 대통령 "한국의 사위라 기대 크다" 덕담

 에릭 테오(張文喜·49·사진) 주한 싱가포르대사가 기억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년 전 모습이다. 최근 사망설과 와병설이 나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건강했다고 한다. 그는 "2018년 6월 11일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싱가포르 시내 유명 관광지 3곳을 직접 걸어서 이동한 김 위원장은 극히 정상적이었다. (건강 등)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간에 회담이 한차례 취소되는 곡절이 있었고 준비 기간이 불과 4주 정도밖에 없어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북한 선발대(김창선 서기실장 일행)는 김 위원장이 방문할 모든 장소를 사전에 미리 보고 싶어 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 사용료는 북·미 양측이 분담했다."
 테오 대사는 "중립적이고 개최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은 싱가포르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작은 기여를 한 것은 아주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11일 밤 싱가포르 '깜짝 투어' 당시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사진을 찍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파크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2018년 6월 11일 밤 싱가포르 '깜짝 투어' 당시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사진을 찍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마리나 베이 샌즈 스카이파크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올해 한국과 싱가포르 수교 45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한국과 아세안 수교 30주년 기념 정상회의 때 방한했다. 테오 대사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 평가하면서 "양국은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강력한 입국 통제로 감염을 차단해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는 최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난 데 대해 테오 대사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570만명 중 국적자는 350만명이고 220만명은 상주 외국인"이라면서 "30여만명이나 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을 대상으로 검사를 공격적으로 하면서 확진자의 대부분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에게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종전 월급을 그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는 28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에서 확진자가 늘어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격적 검사 등 싱가포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는 28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집단에서 확진자가 늘어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격적 검사 등 싱가포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그는 "투명한 정보 공개, 공격적인 검사, 감염자 추적, 환자 치료라는 정부의 방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감염 위험성이 높은 집단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검사를 하다 보니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신천지 집단을 대상으로 집중 검사를 했을 때 확진자가 대거 쏟아진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다. 실제로 인구 10만명당 검사자 수를 보면 싱가포르는 2100명으로 한국(1100명)의 배에 육박할 정도로 검사에 적극적이다.
 테오 대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너무 일찍 개학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등교개학을 취소했다는 외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3월에 개학하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전파 전인 1월부터 이미 개학했고 3월 중순에 1주일간 봄방학을 마치고 다시 개학했다. 학생 감염자는 거의 없고 외국인 노동자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4월 7~6월 1일) 차원에서 4월 8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싱가포르의 사망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27일까지 1만 4423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사망자는 14명이다. 한국은 244명이나 된다. 싱가포르의 치사율은 0.1%로 2.3%인 한국이 오히려 23배나 높다.
 이에 대해 테오 대사는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나온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며 "선진적 의료 시스템을 갖춘 데다 정부가 경증 환자(지역사회 격리)와 중증 환자(중환자실)를 신속하게 분산시켜 병상이 부족하지 않도록 조치한 결과"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국민의 85%는 외출을 자제하도록 하면서도 나머지 15%에 해당하는 필수 근무 인력(의사·간호사와 대중교통 종사자, 경찰·환경미화원 등)은 코로나19 검사를 모두 하고 있다.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면서도 공공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부인 김민재씨가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뒤 기념촬영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사위라 기대가 크다"고 덕담했다. [싱가포르 대사관]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부인 김민재씨가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뒤 기념촬영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사위라 기대가 크다"고 덕담했다. [싱가포르 대사관]

테오 대사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일본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공공정책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외교관이다.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 중국 베이징 공관을 두루 거쳤다. 2006월 8월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동북아국 부국장으로 일할 때 당시 싱가포르국립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부인 김민재(44)씨를 만나 결혼했다. 김씨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싱가포르 동료 외교관이 처음 소개했다.
테오 대사는 "아내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한국에 대사로 올 줄 몰랐다.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는 데다 착하고 예뻐서 2년 뒤 결혼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두 아이와 대화할 때 반드시 한국어를 사용하고 부부는 영어와 중국어로 소통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대사로 부임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신임장을 제정할 때 부인을 대동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의 사위라 기대가 크다"고 덕담했고, 테오 대사가 "아내가 대통령의 대학 후배(경희대 중문과 졸업)"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놀라며 더 반가워했다고 한다. 테오 대사는 "한국에 도착한 지 불과 9일 만에 신임장을 제정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는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외에도 한국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으로 양국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는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외에도 한국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으로 양국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4월 28일 기준 지구촌 코로나19 확산 현황. [연합뉴스]

4월 28일 기준 지구촌 코로나19 확산 현황. [연합뉴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