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고통을 안고 뜁니다

중앙일보

입력

"육신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는 암 환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

말기암 환자 수용시설 기금 마련을 위해 부산의 한 신부가 부산~서울간 5백㎞ 국토종단 마라톤에 나선다.

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알버트호스피스 선교회 金알버트(43) 신부. 金신부는 다음달 1일 부산역을 출발해 한달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언양.양산.경주.영천 등 국도1번선을 따라 달린 뒤 6월1일 서울역에 도착한다.

하루 16㎞씩 뛰는 강행군으로 중년의 金신부에게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金신부가 국토종단 마라톤에 나서기로 한 것은 지난 2월께 부산교구 알버트 호스피스 선교회를 맡으면서부터.

7년전 상주에서 사목을 할 때 암환자를 상대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수용소 건립 계획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말기암 환자의 상당수가 가족과 사회의 냉대로 고통속에 죽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이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전문시설이 필요한데도 부산.경남에는 그러한 시설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

그가 이번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캐나다의 암환자 테리 폭스의 인생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폭스는 18세 때 골종양으로 오른쪽 무릎 위를 잘라낸 불구의 몸으로 암연구 기금을 모았다.

폭스는 1980년 4월부터 1백43일간 매일 42㎞를 휠체어로 이동하며 기금을 모으다 암이 재발해 22살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金신부는 3개월전부터 이번 마라톤 준비를 해왔다.

"매일 3시간씩 16㎞를 뛰었습니다. 평소 배드민턴과 탁구를 열심히 한 것이 체력유지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비가 와도 달릴 겁니다. "

이번 마라톤에는 성공회 소속 신도들이 초반 10㎞를 함께 달리며 金신부를 격려할 예정이다. 金신부는 "바다가 보이는 기장이나 양산쪽에 통나무집을 만들어 말기암 환자들을 모시고 싶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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