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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도 바꾼 100일…코로나 끝나면 이젠 뭐 먹지?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텍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정식 대체 식품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3월 12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가정식 대체 식품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언텍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정식 대체 식품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3월 12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가정식 대체 식품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지난 설연휴(1월 24~27일) 이후 계속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차리고 돌아서면 밥차리고)’만 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도 차이는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 100일을 보내면서 소비자가 사들인 먹거리는 국면별로 변화했다.

중앙일보가 CJ제일제당 트렌드 전략팀에 의뢰해 코로나 시대 먹거리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3단계의 3단계가 나타났다. 27일 현재는 ‘코로나 먹거리 제3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을 챙기기 위한 프리미엄 먹거리와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비한 절약형 상품이 동시에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국면이다.

코로나 시대의 먹거리... 이젠 뭐먹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 시대의 먹거리... 이젠 뭐먹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말3중=1단계, 비축용 제품 잘팔려

2월 23일 개학 연기가 발표 다음 날인 24일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식품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 일시적인 사재기 현상이 있었지만, 곧 평시 수준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불안 심리가 가시지 않아 비축형 제품이 많이 팔렸다. 즉석밥처럼 저장하기 좋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 소비가 급증했다. 24일 이후 CJ제일제당의 햇반은 5% 정도 출고량 늘었다.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울 수 있는 국물요리 제품도 많이 나갔다.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햇반과 비비고 국물 요리 등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4%나 증가했다. 간편식 구매 목적에 대해선 소비자 약 45%가 “비축용”이라고 응답했다.

아이들 달래기 간식 3월초에 폭증 

3월 초 개학 연기가 발표되자 간식 판매가 갑자기 늘었다. 열량이 높은 기름에 튀긴 스낵(핫도그ㆍ가츠류ㆍ튀김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고메 프라잉스낵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가 늘었다. 어린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나온 ‘달래기용’ 간식이 많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튀김 스낵 매출이 뛰었다. 사진 CJ제일제당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튀김 스낵 매출이 뛰었다. 사진 CJ제일제당

슬슬 질리기 시작, 집밥 안에서 변화 추구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요리 도전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늘 먹는 집밥이 지겨워지면서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요리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밀키트’와 일품형 요리가 잘 팔렸다. 또 이때부터 베이컨과 소시지, 스파게티 소스 등 각종 장류 소비가 늘었다. CJ의 밀키트(쿡킷)의 2월 매출은 전월 대비 47%, 3월 매출은 전월 대비 100% 성장했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보다 코로나를 먼저 겪은 중국에선 코로나 진정 이후에도 밀키트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반찬을 나눠 먹는 한국 식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김치 소포장 등 1인용 반찬 매출이 늘었다. 사진은 김치찌개.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반찬을 나눠 먹는 한국 식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김치 소포장 등 1인용 반찬 매출이 늘었다. 사진은 김치찌개. 중앙포토

몸은 챙겨야겠는데, 지갑도 걱정

4월 초부터는 ‘식자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과 가성비 제품이 동시에 많이 나갔다. 위생과 건강을 챙기기 위해 건강식 영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즉석밥 중에서도 잡곡밥이 잘 나가는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프리미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제품 반응은 평소보다 빨리 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가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외식 수요가 가정으로 전환되면서 밖에서 많이 먹는 메뉴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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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 시대 100일을 지나며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경제난 전망이 나오면서 개인의 재정 상태도 재점검하기 때문이다. 2월 출시된 가성비 대용량 베이컨(백설 햄스빌 굿베이컨)은 4월 매출이 전월 대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CJ 관계자는 ”앞으로 가격대를 획기적으로 낮춘 제품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며 “5월 가정의 달을 계기로 외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부담이 있어 예년 수준을 하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식구끼리도 ‘각자 반찬’ 정착할까    

감염 위험은 찌개와 반찬을 공유하는 한국식 식탁 습관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태를 반영해 판매용 반찬 제품도 1인용 개식형(個食型)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다인 가정에서도 한 토막씩 포장된 생선구이를 사는 식이다. 김치도 1인용 소포장이 인기다. CJ는 ‘비비고 썰은배추김치’ 트레이 형(50g)과 파우치형(60g) 등에 기대를 건다. 소량 포장된 김치 제품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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