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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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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아마존 CEO이자 세계 1위의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기업의 일상적인 관리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 상거래와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같은 아마존의 주 수익 분야는 다른 경영진에게 맡겨두고,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일에 시간을 쏟고 있었다. 스마트 스피커 알렉사, 무인상점 아마존 고(Go), 그리고 로켓 사업인 블루 오리진처럼 차세대 수익사업이 될 수 있는 부문들이다.

그가 다시 관리업무에 복귀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아마존은 팬데믹 사태에서 수익이 증가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속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국인들이 아마존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아마존 상거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마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품절된 상품이 늘어나고 필수품이 아닌 상품은 배달이 지연되기 일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마존 배달의 핵심인 물류창고에서는 직원들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다. 직원들이 회사가 충분한 방역·안전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며 시위를 벌이다가 해고되면서 아마존의 노동자 처우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에 정치권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결국 베이조스가 직접 물류와 방역문제를 책임지는 자리로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도 로켓과 태양열 에너지 사업 등 많은 프로젝트에 관여하지만, 본업인 테슬라 자동차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아예 공장에서 잠을 자면서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기 상황은 기업가를 현실로 돌아오게 하고, 수익의 근원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박상현 (사) 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