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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통합당 비대위, 할 일 다하면 언제든 그만두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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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토론회에 참석한 뒤 자리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토론회에 참석한 뒤 자리를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24일 수락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까지 남은 절차는 이제 28일 열리는 전국위원회뿐이다. 전국위에서 비대위 안을 의결하면 통합당은 ‘김종인 체제’로 재탄생한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카드는 불안정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이 “대선의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비대위 기한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자 당내에서 “당을 무시하는 처사”란 반발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는 이런 불만을 누르고,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심 원내대표는 “비상 상황 종료 뒤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가 비대위 기한”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하는 당헌 부칙(제11장)에 대해선 “전국위에서 개정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충분한 시간을 달라는 김 전 위원장의 ‘조건’을 당헌을 개정하면서 받아들인 셈이다. 심 원내대표는 ‘비상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에 대해선 “우리는 정치집단 아닌가. 합리적인 선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한 연말까지, 상황에 따라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김종인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선대위 회의 도중 심재철 전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일 선대위 회의 도중 심재철 전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심 원내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당초 23일 저녁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 만남은 불발됐다. 심 원내대표는 “아무튼 만났다”고 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당의 사정상 도와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어제 수락했다”며 “통합당이 나를 꼭 필요로 한다고 의견이 모이면 힘든 일이지만 한번 해보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에 대해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꼭 임기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없다. 나는 통합당을 돕는 사람 입장이지 내가 (사익을) 추구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기한이) 1년보다도 짧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김종인 비대위’는 통합당에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파괴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통합당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당명 등 외형도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특히 정강정책 등 당의 정책도 대규모 수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집어넣었다. 앞서 한나라당 비대위원 시절엔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려고도 했다.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오른쪽부터)과 김종인 위원, 이상돈 의원 등 이 참석해 회의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오른쪽부터)과 김종인 위원, 이상돈 의원 등 이 참석해 회의하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에 거부감이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총선 패배 이후 말을 아꼈던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 “비대위를 한다고 금방 답 나오는 게 아니다”며 “적당히 비대위에 맡기고 대선이 다가오면 보수 야당이 소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기한을 둘러싼 반발도 여전하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한을 무한정하겠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연말이나 보궐선거까지 비대위를 한다면 그것은 비대위가 아니라 상시대책위원회”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준석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종인 카드를 넘어설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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