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무원 100만명 기부 거론하며 “강제성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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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미래통합당 비대위에 대해 ’첫 작품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무력화가 절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미래통합당 비대위에 대해 ’첫 작품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무력화가 절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논쟁의 해법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제시한 ‘자발적 기부’가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국민 100%에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에 반대했던 기획재정부는 23일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추가 재원 소요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 ▶지원금 기부하면 세액공제 ▶기부 재원은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에 활용 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구상을 현실적인 정책으로 구현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금모으기·국채보상운동에 비유 #사회적 캠페인 만들겠다는 입장 #야당 “대통령 앞장 땐 거부 힘들 것” #기재부 결국 “전국민 지급” 공식발표

기부의 주체로 고소득자·사회지도층·공무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강제가 아니다”며 ‘금 모으기 운동’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사회적 캠페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공무원만 해도 100만 명으로, 기부 문화가 일어날 거라고 보고 자발적 참여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부를 요구받는 입장에서는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제적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통합당은 국민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드라이브를 걸어 기부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고소득자들을 착한 고소득자와 나쁜 고소득자로 나누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수령 의사’를 기부로 간주하려면 법률이 보완돼야 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말정산 시 국가 등에 내는 법정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기부금이 1000만원 이하일 때는 금액의 15%를, 1000만원 초과 시에는 30%를 세액공제해 준다. 4인 가구에 지원되는 100만원을 받지 않는 행위를 기부금으로 간주할 경우, 가구 중 한 명이 내년 3월 연말정산 환급금으로 15만원을 돌려받게 된다는 얘기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 미수령을 국가에 기부하는 의사 표시로 인정한다는 점을 법 조항에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원금을) 줬다가 뺏으려고 법까지 바꿔야 하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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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3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추가 재원 중 정부·여당은 기부운동을 통해 1조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2조원 넘는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메꿔야 한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은 “자발적 기부와 같은 불투명한 기준을 근거로 재정 운용을 짜는 건 상식에 벗어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재정 운영에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가구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개인 단위로 적용되는 세액공제는 연말정산에서 누구를 수혜자로 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통합당 김재원 의원이 이날 기재부에 22개 항의 공개 질의를 한 것도 이 같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2차 추경의 수정예산안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심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통합당 소속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기존에는 없던) 국채 발행 내용도 들어 있어 당장 예산 심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액수를 줄이거나, 초고소득층 지급을 제외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예결위원은 “최대 100만원을 80만원으로 줄이고 소득 상위 5%를 제외하면 3조원대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야당과 합의가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윤정민 기자, 세종=하남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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