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소프트웨어 교육의 혁신적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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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행스럽게도 진정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놀랍게도 이런 앱을 개발한 사람이 전문 개발자만은 아니다. ‘코로나 알리미’는 비전공자 대학생 네 명, ‘코로나 나우’는 중학생들이 만들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세상을 돕고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정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소프트웨어 교육 혁신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분한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프랑스 ‘에꼴 42’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억력·논리력의 온라인 테스트와 강도 높은 선발 과정을 거친 200여 명이 교육 중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온라인 시스템으로 개별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기존의 교육방식과 다른 혁신적 커리큘럼(교육과정)이 있다. 먼저 비학위 과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경우 적지 않은 기업이 채용 때 학력·전공을 따지지 않는다. 자격요건은 보통 ‘프로그래밍 언어 사용 및 개발 경험이 있는지’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준비가 돼 있는지’ 등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의 요건은 실력이나 경험이 있는지, 함께 노력할 의지가 있는지 등이다. 학위 소지 여부는 문제 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텀블러 창업자인 데이비드 카프와 게임 포털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으로 성장 잠재력 있는 인재 선발 방식을 지향한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선발 과정에서 창의성·협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주로 평가한다. 이 과정은 교수도, 강의도, 교재도 없다. 따라서 교육생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도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야 한다. 교육생들은 동료와 함께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들고 상호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경쟁보다는 협업하는 방법을 경험하도록 한다.

향후에도 신종 전염병과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사이버 범죄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선 매년 500여 명의 인재가 배출된다. 이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면 지나친 것일까?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인재들이 창업이나 국내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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