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인 "전권 달라"는데···통합당 내부서 "과도한 권한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최정동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최정동 기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체제’에 당의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 4ㆍ15 총선에서 참패한 뒤 일주일 만이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대행은 22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수로 나왔다. 다음 주 초쯤 구성 절차를 마치도록 할 생각”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제안을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한다. (비대위 기간 등에 대해) 직접 말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23일 저녁에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 통합당은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 체제를 확정한다. 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사퇴한다.

앞서 통합당은 21일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놓고 의원과 당선인 142명을 대상으로 전화 전수조사를 했다. 단 한 명이라도 의견이 많은 쪽으로 결정짓는 사실상의 ‘전화 선거’였다. 연락이 닿지 않은 2명을 제외한 140명이 응답을 했는데, 기타 의견을 제외한 응답자 100여명 중 약 60명 정도가 '김종인 비대위'에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21일 총선을 3주 앞두고 통합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2016년 20대 총선에선 반대편인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김종인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에 선거 이슈가 덮인 데다가, 뒤늦게 합류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셋째)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왼쪽셋째)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체제'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비대위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참패 후유증으로 혼란스러운 당을 수습해야 하는 데다가, 비대위 위상도 확실하지 않아서다. 한 통합당 인사는 “조기 전당대회를 여는 대신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확실한 임기가 있는 게 아니다”며 “향후 무수한 당내 진통과 패배 책임론 등으로 당이 시끄러울 텐데 비대위가 순항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에게 일단 키를 맡겼지만, 비대위의 성과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대위의 활동 기한과 권한을 놓고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대선을 치르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전권을 달라는 입장이지만 “비대위의 역할은 조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수습하는 것”이라는 당내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김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7, 8월에 하겠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비대위가) 해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이 되면 현행 당 대표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비대위 과정의 웬만한 잡음은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단기간에 당을 수습하고 물러나는 ‘관리형’ 비대위는 맡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에 대해 한 통합당 인사는 “조기 전대를 치를 때까지 당을 재건하는 게 (비대위의)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김 전 위원장이 너무 과도한 권한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에게 계속 맡기기만 하는 당의 미래가 있을까. 전화 조사는 비민주적인 발상이고 창피한 노릇”이라고 적었다  앞서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도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한 통합당 당선인은 “최악의 위기에 놓인 당 재건에 김 전 위원장만 한 적임자가 없다. 기한을 정하지 말고 당이 제자리에 설 때까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