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서 원격진료 큰 효과, 규제 철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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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병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서 로봇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4일부터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서 로봇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4일부터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사진 명지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효과를 봤다. 경쟁국의 원격의료 추진 현황을 감안하면 더는 미룰 수 없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제언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장 #“찬반 끝장토론, 해법 찾을 것” #원격진료 의료계 심한 반대 알지만 #경쟁국 감안하면 더 미룰 수 없어 #AI 강국 되려면 민관협력 필수 #대학 자율에 맡기면 더 성과낼 것

제3기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를 이끄는 윤성로 위원장이 원격진료 본격 추진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로 한국 의료 현실에서 원격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분야별 4차 산업 시대 경쟁력이 민낯을 드러냈다”며 정부 차원에서 분야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로

윤성로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뭔가.
“4차 산업 혁신을 서두른 온라인 쇼핑 같은 분야는 경쟁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공교육이나 중소·중견기업 등은 무방비 상황이었다. 또 클라우드처럼 새로운 기회가 될 분야도 발견했다. 국가적으로는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경쟁력을 더 높이고 떨어지는 분야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로 공교육 민낯 드러나, 온라인 수업 모델 만들 것”

지난 2월 취임 일성으로 “AI(인공지능)의 대중화 시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는데.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초지능화와 초연결성이다. 이때 지능화가 바로 AI이고, AI는 데이터가 기반이다. 2기 4차위의 주도로 데이터 3법이 입법됐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개방되고 사용할 수 있어야 AI산업의 성장과 4차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2차 산업혁명(증기기관)으로 영국이,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으로 미국 기업들이 부상했다. 우리가 4차 산업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우선 추진할 규제 개혁은.
“원격진료다. 오래 논란이 돼왔지만 의료계에서도 대형병원과 동네병원 등의 입장이 다른 걸로 알고 있다. 원격진료 실행에 앞서 의료계의 의견을 경청해 인센티브 체계를 잘 정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 원격진료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릴 때가 됐다고 본다.”
원격진료는 진료 주체인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가장 앞장선 분들이 우리 의료진이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도입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구체적인 계획은.
“원격진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많은 논의와 다양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이르면 5월 4차위가 주관하는 ‘해커톤(Hackathon·끝장토론)’을 통해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의료계는 물론 복지부나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 원격진료에 대한 모든 문제를 쏟아내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범정부 차원에서도 당장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보다 재외국민한테 우선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분야에 대한 지원책은.
“공교육과 중소기업 등은 4차 산업 시대의 경쟁력이 바닥을 드러낸 분야다. 나도 교수지만 대학의 온라인 강의 인프라나 수업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학이 이런데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는 또 어떻겠나. 특히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프라도, 인력도 없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온라인 강의든, 기업의 근무 시스템이든 참고할 만한 모델을 만들어 확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양성, 미래 교육 체계에 대한 요구 등에 걸맞은 제도 개선도 논의하겠다.”
데이터 3법 시행을 앞두고 스타트업들의 기대가 크다.
“4차위도 부처별로 입안 중인 데이터 3법의 시행령에 스타트업뿐 아니라 산업계의 의견을 담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4차위는 데이터 3법의 시행과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에서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역할을 하기 위해 ‘데이터 옴부즈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통신, 유통, 금융, 의료 등 주요 업종별로 데이터 활용 관련 질의와 의견을 받아 각 부처에 전달해 추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AI 경쟁력은 미국이 단연 최고다. 그다음 중국, 영국, 캐나다 등이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같이 5위권 정도다. AI대학 선정과 관련해선 아쉬움이 많다. 미국에서 스탠퍼드, MIT 등은 AI 관련 새로운 학과를 만들지 않는다. 기존 관련 학문 연구진이 모여 새로운 연구조직을 만든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의 클라우드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AI대학 선정권이나 연구비 지원책 같은 권한을 내려놓고 각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AI 강국이 되려면 민관의 협력이 필수고, 그래야 AI 인재 양성도, 산업 응용도 훨씬 빨리 이뤄질 것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AI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기영 과학정보통신부 장관의 서울대 전자공학과 제자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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