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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리면 돈줄 끊는 트럼프···WHO 본 유엔기구가 떨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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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 편을 든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지원금 5억 달러의 지급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자 글로벌 사회는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WHO 압박은 국제기구 손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신호탄일 수가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친중’ WHO 기여금 끊은 트럼프 #타기관 지원 중단 가능성에 촉각 #미 유엔·국제기구 지원 연 100억$ #지난해 ‘반이스라엘’ 유네스코 탈퇴 #식량지원·평화유지·난민 등 의존 커 #유엔기구 자칫 미 대선전 볼모화 우려 #6달여 남은 대선전에 트럼프 초조감 #방역·경제 실패에 국제기구 눈 돌릴까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항구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우산을 쓴 채 기자진에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함의 뉴욕 출항식에 참석했다. [로이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항구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우산을 쓴 채 기자진에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함의 뉴욕 출항식에 참석했다. [로이터]

WHO 재정 22% 부담 미국의 압박은 위력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HO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WHO에 대한 최대 재정 기여국이기 때문이다. WHO의 2018∼2019년도 예산 자료에 따르면 전체 56억 달러 가운데 미국 기여금은 8억93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의무 분담금이 2억3691만 달러인데 의무 분담률도 전체 기여국 가운데 가장 높은 22%에 이른다. 나머지 6억 달러 이상이 임의 지출금이다.
그 뒤를 이어 영국이 약 4억 달러의 기여금을 냈으며, 독일이 약 3억 달러, 일본이 약 2억 달러를 부담했다. 약 4000만 달러를 부담한 중국은 기여국 순위에서 6위로 노르웨이 다음이다.
한 해 전인 2017~2018년 미국의 WHO 기여금은 4억 달러 이상인 반면 중국의 분담금은 4400만 달러로 그 1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국제기구 지원중단이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다. 게다가 미국의 WHO 지원금 중단은 이런 사태가 얼마든지 다른 국제기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미네소타·버지니아 등민주당 주지사인 주를 콕 집어 ’주를 해방하라“는 트윗을 올렸다. 전날 경제 재개 지침을 공개한데 이어 각주에서 재개를 촉구하는 보수 시위대 구호를 사용해 민주당 주지사들을 압박한 셈이다. 18일 텍사스 주도 오스틴 의사당 앞에서 경제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미네소타·버지니아 등민주당 주지사인 주를 콕 집어 ’주를 해방하라“는 트윗을 올렸다. 전날 경제 재개 지침을 공개한데 이어 각주에서 재개를 촉구하는 보수 시위대 구호를 사용해 민주당 주지사들을 압박한 셈이다. 18일 텍사스 주도 오스틴 의사당 앞에서 경제 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유네스코 탈퇴 압박하다 2019년 결행

첫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기구 손보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2017년 10월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탈퇴를 압박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국제기구 보는 인식이 어떤지는 물론 미국이 전통적으로 국제기구를 대해온 방식을 짐작할 수 있다.
발단은 유네스코가 2011년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사건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 중인 이스라엘은 펄쩍 뛰었고 미국은 그런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미국 PBS 방송에 따르면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연 6억 달러에 이르렀던 지원금을 연 8000만 달러로 대폭 축소했다. 6억 달러는 유네스코 전체 예산 27억 달러의 22%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미국 지원금 중 연 5억 2000만 달러가 사라지면서 유네스코는 졸지에 예산이 5분의 1 정도 줄면서 재정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이렇게 압박을 가했음에도 유네스코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네스코는 2016년 동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와 이슬람의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었다. 유네스코의 이런 자세는 2017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역사의 현장인 예루살렘 구시가지 ‘통곡의 벽’. 벽돌 틈에 종이쪽지를 넣고 기도하는 유대인으로 늘 붐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성지다. 동예루살렘에 위치한다. 채인택 기자

역사의 현장인 예루살렘 구시가지 ‘통곡의 벽’. 벽돌 틈에 종이쪽지를 넣고 기도하는 유대인으로 늘 붐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성지다. 동예루살렘에 위치한다. 채인택 기자

‘반이스라엘’ 친소‘ 문제 삼아 2차례 탈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칼을 빼들었다. 2017년 7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시 구시가지 유적을 이스라엘 유적으로 해달라는 이스라엘 윽 요구를 거절하고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2017년 10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러한 유네스코의 반이스라엘 성향에 항의하기 위해 탈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탈퇴를 압박해도 유네스코가 자세를 바꾸지 않자 결국 행동에 나섰다. 미국은 2019년 1월 1일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에서 공식 탈퇴했다. 탈퇴 직전인 2017년에도 미국은 유네스코 전체 예산의 8%를 부담했다.
미국은 냉전 시대인 1980년대에도 유네스코가 친사회주의·친진보·친소련의 입장에 서서 이념적 편향성을 보인다고 주장하며 탈퇴한 적이 있다. 2003년 재가입했지만 대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싼 불만 때문에 2019년 다시 발을 뗐다. 트럼프는 유엔과 국제기구를 지원하다가도 뜻을 거스를 경우 단호하게 조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AP=연합]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AP=연합]

미, 유엔과 국제기구에 연 100억 달러 기여  

둘째 이유는 미국의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 액수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미국외교협회지(CFR)의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7년 모두 100억 달러를 유엔과 각 산하기구의 예산과 경비로 지원했다. 미국은 실질적으로 유엔의 자금줄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지원 금액순으로 상위권 유엔 조직을 정리하면 국제기구의 이면이 드러난다. 우선 식량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돕는 세계식량계획(WFP)이 25억1066만 달러로 가장 많다. 유엔군을 파견해 평화유지 작전을 펴는 유엔평화유지작전국(DPKO)이 22억3999만 달러로 그 다음이다. 분쟁·기아 등으로 발생한 난민들을 보호하고 돕는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에 14억4236만 달러를,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인도주의 개발원조를 하기 위한 유엔아동기금(UNICEF)에 8억2778만 달러를 각각 지원한다. 개도국 식량지원, 평화유지군 운영, 난민과 아동 지원의 4대 분야가 국제사회의 ‘돈 많이 먹는 하마’ 그룹인 셈이다. 한결 같이 미국의 세금을 미국이 아닌 곳에 쓰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과 거리가 있는 분야다.

우간다 난민촌에 미국이 지원한 옥수수가 쌓여있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난민촌에 미국이 지원한 옥수수가 쌓여있다. [채인택 기자]

효율이 떨어지는 거대 관료기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유엔본부도 7억3895만 달러, 보건의료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가 5억1119만 달러의 미국 자금을 받아 썼다. WHO는 미국이 지원하는 유엔기구 중에서 액수로는 6위에 해당한다.
국내 실향민·난민·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이주자들의 이동을 논의하고 편의 제공을 담당하는 국제이주기구(IOM)가 4억9130만 달러를, 유엔난민기구가 맡지 않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구호를 담당하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이 3억6426만 달러를 각각 지원받았다. 원자력의 평화적이고 안전한 이용을 추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운영에도 1억9857만 달러의 미국 자금이 들어갔다.

우간다 난민촌에 부착된 지원 기구들의 표시. 세계식량계획(WFP),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표시가 보인다ㅣ 이 두 기관은 미국의 지원금 비중이 높은 유엔기관이다. [채인택 기자]

우간다 난민촌에 부착된 지원 기구들의 표시. 세계식량계획(WFP),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표시가 보인다ㅣ 이 두 기관은 미국의 지원금 비중이 높은 유엔기관이다. [채인택 기자]

식량·평화유지군·난민 기관 대미 의존 높아

일부 유엔 기구는 대미 의존율이 유난히 높다. 전체 예산에서 미국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기관은 30%를 넘기도 한다. HIV/에이즈의 글로벌 감염 대책을 담당하는 유엔에이즈합동계획(UNAIDS)가 전체 예산의 34.1%를, 세계식량계획이 32.8%를 각각 미국에서 지원받았다. 미국 지원이 예산의 20%대를 차지하는 기구도 5개나 된다. 유엔난민기구가 27.6%,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7.5%, 유엔평화유지작전국이 26.1%,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가 24.3%, 국제이주기구가 24.1%를 각각 미국에서 얻었다. 약물 규제와 마약 범죄 예방이 목적인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전체 예산의 16.4%, 노동문제를 다루는 전문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14.7%, 식량과 영양을 담당하는 식량농업기구(FAO)가 14.3%, 유엔본부가 13%, 세계보건기구가 12.8%를 각각 미국의 지원에 의존했다.

민주콩고공화국에서 가족을 따라 국경을 넘어 이웃 우간다 난민촌에 도착한 어린디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나눠준 한국 지원 쌀로 지은 밥을 기다리고 있다. [채인택 기자]

민주콩고공화국에서 가족을 따라 국경을 넘어 이웃 우간다 난민촌에 도착한 어린디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나눠준 한국 지원 쌀로 지은 밥을 기다리고 있다. [채인택 기자]

높은 기여와 트럼프 선례로 유엔기구 볼모화 우려  

인류 공영이라는 숭고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유엔과 산하조직은 미국의 거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돌아가는 셈이다. 물론 유엔과 산하기구들은 회원국이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크고 유엔본부를 자국의 뉴욕에 유치한 미국이 영향력을 고려해 많이 내는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선례를 보이면서 유엔과 유엔기구가 자칫 트럼프의 볼모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언제라도 수가 틀어지면 유엔과 유엔 기구에 대한 분담금과 임의 지출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압박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똑똑히 보여줬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미중유의 바이러스 질환과 싸우고 있는 시기에 트럼프는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유일한 국제기구를 재정지원 중단이라는 방법으로 압박한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의 미국이 국제기구를 어떻게 대할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미국이 유엔과 유엔 기구에 대한 분담금과 임의 지원금을 100억 달러 이상 댄다는 사실은 트럼프가 이들 기관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유네스코와 WHO와 관련해 보여준 트럼프의 자세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더 많은 시신 가방을 원하지 않으면 정치 쟁점화 말라“고 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정확한 분석이나 하라“고 반박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볼 때 그가 정치 얘기를 하는 걸 믿을수 없다“고 하면서다. WHO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지원을 보류하겠다고도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더 많은 시신 가방을 원하지 않으면 정치 쟁점화 말라“고 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정확한 분석이나 하라“고 반박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볼 때 그가 정치 얘기를 하는 걸 믿을수 없다“고 하면서다. WHO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지원을 보류하겠다고도 밝혔다. AFP=연합뉴스

대선 6개월 남긴 트럼프 초조감

셋째 이유는 트럼프가 대선을 6개월여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세금이 미국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것을 끊는다는 명분으로 유엔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의 뜻과 다른 정책을 펼 경우 이런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유엔기구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전문적인 운영에 트럼프의 미국이 걸림돌이 되는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이기에 정책과 예산 사용 면에도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점수를 까먹고 있다. 트럼프가 유엔기구의 예산을 건드릴 가능성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뉴욕의 한 식료품점의 직원이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쓴 채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의 한 식료품점의 직원이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쓴 채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방역실패·실업악화 현역 이점 상실  

트럼프의 방역 점수는 21일 0시 기준으로 전 세계 242만 명의 확진자 중 미국에서 76만5600여 명이 나왔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안타까운 사망자는 전 세계에서 16만6000여 명이 발생했는데, 미국에서 4분의 1 정도인 4만 명 이상이 나왔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다. 트럼프는 코로나19 방역으로 국민에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더 이상 부각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의 경제 점수도 낙제점에 근접하고 있다. 결정타는 고용 문제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지난 4주간 2200만 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주에만 524만5000명이 새로 신청했다. 이에 따라 4월 실업률은 2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온건한 전망도 15%는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경제 웹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이런 실업률은 대공황 당시인 1932년의 25% 이후 최악이라고 전했다.
더욱 문제는 코로나19에 확산 초기에는 식당·호텔·바 등 대면접촉이 필요한 서비스업에서 시작해 영화관·옷가게·미용실 등으로 확산했던 감원이 이제는 프로그래머와 법률·의료 분야 종사자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자가 늘면서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푸드뱅크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미시간미네소타버지니아를 해방하라며 보수 시위대를 선동하는 연속 트윗을 올렸다.[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미시간미네소타버지니아를 해방하라며 보수 시위대를 선동하는 연속 트윗을 올렸다.[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하라’ 시위대 두둔

심지어 지난주 미국 곳곳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택대피령’을 해제하고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가장 먼저 시위가 시작된 곳이 미시간주의 주도 랜싱으로 15일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에게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했다. 토요일인 18일에는 텍사스, 오하이오, 메릴랜드, 뉴저지, 유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 콜로라도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일요일인 19일에는 콜로라도주, 몬태나주 등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단계적으로 직장 복귀와 자가격리 해제 등 봉쇄를 완화하는 경제 정상화 3단계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특유의 연방체제 특성상 구체적인 시기나 시행 방법 등에 대한 권한을 주지사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도 이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연이어 시위가 발생하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시간을 해방하라”“미네소타를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 등의 내용을 연속으로 올렸다. 이 3개 주의 주지사는 모두 트럼프와 다른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트럼프가 주장하는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보다 방역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트위터를 앞세워 주민들의 시위를 부추기고 자신이 주장하는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한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가 급해졌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위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앞에 정박한 미 해군 병원선 컴퍼트함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대처를 위해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앞에 정박한 미 해군 병원선 컴퍼트함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정치 행보에 국제기구·방역·경제 우려

누가 봐도 오는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재선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행보다. 자칫 방역 태세가 느슨해지면서 더욱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선전 승리를 위해 트럼프가 어디까지 갈지 전 세계가 불안한 눈으로 주시한다. 트럼프의 재선전 앞에 유엔기구, 방역, 경제는 어디까지 꼬일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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