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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감산에도 기름값 내렸다···'오일 미스터리' 4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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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 값이 왜 이럴까?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 공급의 법칙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산유국들이 모여 석유 생산을 4분의 1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는데도 국제 유가는 즉각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국제유가 20년새 최저 20달러대 폭락 #OPEC+, 역대급 4분의 1 석유감산 합의 #유가 올려 수익 높이려 담합해 극약처방 #뉴욕시장에선 거꾸로 유가 10% 하락세 #코로나 위기로 석유수요 그 2배나 감소 #세계최대 산유국 미국, 감산 동참 안해 #기후변화로 원자력·재생에너지 눈 돌려 #코로나 위기가 석유중독 탈출 계기될까

석유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저무는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10개국이 배럴당 20달러 대로 급락한 유가를 높이기 위해 석유 생산을 4분의 1정도 줄이기로 담합했지만 국제유가는 오리려 10%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소비 감소가 더 크고 미국 등 주요 산유국이 빠진 드으이 이유로 분석된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주의 산유 시설에 해가 지는 모습. EPA=연합뉴스

석유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저무는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10개국이 배럴당 20달러 대로 급락한 유가를 높이기 위해 석유 생산을 4분의 1정도 줄이기로 담합했지만 국제유가는 오리려 10%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소비 감소가 더 크고 미국 등 주요 산유국이 빠진 드으이 이유로 분석된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주의 산유 시설에 해가 지는 모습. EPA=연합뉴스

1, 2위 석유수출국 사우디·러시아 감산 합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 나라로 이뤄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를 비롯한 10개 비회원 산유국을 합친 OPEC 플러스(OPEC+)는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두 달 동안 원유 생산을 하루 97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다. 무엇보다 세계 1, 2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루 생산량의 4분의 1 정도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BBC와 CNN,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앞서 9일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하루 40만 배럴 감산을 할당받은 멕시코가 10만 배럴만 줄이겠다고 버티면서 최종 합의가 미뤄졌다. 급기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까지 나서면서 결국 12일 회의에서 멕시코의 뜻을 따르는 대신 전체 감산량을 하루 1000만 배럴에서 멕시코 할당량 감소분을 뺀 970만 배럴로 조정했다. 이번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미국이 멕시코에 할당된 감산량 중 하루 25만 배럴을 대신 줄이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이나 주 정부가 민간이 운영하는 석유 산업에 개입해 감산을 강제할 수 없는 자유경제 구조라 실행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10개국이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배럴당 20달러 대로 급락한 유가를 높이기 위해 석유 공급을 줄이기로 담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10개국이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배럴당 20달러 대로 급락한 유가를 높이기 위해 석유 공급을 줄이기로 담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년 새 최악 유가 급락-역대급 공급 축소 합의

OPEC+가 이번에 합의한 감산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석유 생산량을 각각 하루 250만 배럴씩 줄여 하루 850만 배럴만 생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OPEC+가 크게 합의했다. 이 합의가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 개를 구할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말했다”라는 내용을 올렸다.
이로써 지난 3월 초 OPEC+의 감산 합의 불발 직후 사우디가 ‘4월 이후 최대 증산’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러시아와의 ‘유가 전쟁’도 일단 봉합됐다. 당시 사우디의 증산 선언으로 국제 유가가 폭락했다. 3월 6일 뉴욕시장에서 무려 34%가 떨어져 32달러 전후에 거래됐다. 4년 새 가장 낮은 가격이었다. 그 뒤 국제유가는 증산이 예정된 4월이 되기도 전에 서부 텍사스산(WTI)을 기준으로 2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20년 새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 있는 나흐르 빈 우마르 유전에서 가스를 태우는 불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석유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 있는 나흐르 빈 우마르 유전에서 가스를 태우는 불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석유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역대급 수요 감소에 감산 합의 빛바래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급이라는 OPEC+의 공급 감소, 즉 감산에도 유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이날 합의 직후 국제 유가는 오히려 10% 가까이 폭락했다. 유가는 증산이나 감산으로 공급 물량이 늘거나 줄기 이전에도 이에 대한 기대 심리나 전망으로도 내리거나 오른다.
유가 폭락은 이번에 OPEC+가 합의한 감산 수준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제 시장의 석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이날 AP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감산 규모가 역대급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유 수요 감소에 주는 영향도 역대급”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줄면 가격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국제유가를 안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이유를 따져보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독일 국적기인 루푸트한자 여객기들이 줄줄이 주기하고 있다. 엔진의 흡기구와 배기구를 빨간 차단재로 막은 채 주기장에 게류하고 있다. 이는 당분간 운항할 일이 없을 때 씌우는 것이다. 글로벌 교류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그리고 석유 소비 감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PA=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독일 국적기인 루푸트한자 여객기들이 줄줄이 주기하고 있다. 엔진의 흡기구와 배기구를 빨간 차단재로 막은 채 주기장에 게류하고 있다. 이는 당분간 운항할 일이 없을 때 씌우는 것이다. 글로벌 교류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그리고 석유 소비 감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EPA=연합뉴스

OPEC+의 가격담합은 산유국 이익 보호 목적

첫째, 애초 이번 합의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석유 소비와 수요 감소에 대응해 국제유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이들의 합의는 석유 수출국의 이익을 지키고 글로벌 석유 시장에 대한 수출국의 가격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담합일 뿐이다. OPEC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0년 설립된 목적 자체가 산유국들이 당시까지 국제 석유자본이 좌우하던 가격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회원국들이 카르텔, 즉 담합에 통해 석유 공급을 조절해 국제 유가 흐름을 유리하게 통제하는 것이 OPEC의 존재 이유다. OPEC은 사우디와 함께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페르시아만(아랍권에선 아라비아만으로 부름) 연안 5대 산유국과 남미의 베네수엘라, 그리고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앙골라, 알제리, 리비아, 콩고공화국, 가봉, 적도기니 등 13개국으로 이뤄졌다. (이상 석유 생산량순) 14개국이었다가 사우디와 사이가 틀어진 카타르가 2019년 탈퇴하면서 13개국이 됐다.  OPEC은 1970년대 이후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며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하지만 잇따른 공급 과잉으로 유가 결정권이 자유시장으로 넘어가자 2016년부터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브루나이,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멕시코, 오만, 남수단, 수단 등 10개국이 OPEC의 생산·가격 담합에 동참하면서 OPEC+ 체제가 이뤄졌다. OPEC+ 가맹국들은 2016년부터 서로 합의해 석유 생산과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왔다. 실제로 이들은 몇 달 단위로 감산 합의를 지속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부카이크에 있는 석유 탱크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석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부카이크에 있는 석유 탱크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석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위협적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는 OPEC+가 이번에 합의한 공급 축소분보다 더 클 전망이다. OPEC+는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지만,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는 그 2배인 하루 2000만 배럴을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세계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중기 전망 보고서는 올해 국제시장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중국의 석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유럽과 미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 위축과 이에 따른 석유 소비 감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통 분야의 석유 소비는 이미 ‘록 다운’ 상태다. 글로벌 여행이 중단되면서 각국의 공항에는 엔진에 덮개를 덮은 여객기가 줄지어 계류 중인 진풍경이 목격되고 있다. 엔진에 덮개를 덮는 것은 당분간 운항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조치다. 정비와 연료 보급만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운항하던 여객기들이 코로나19로 항공로가 막히면서 비싼 주기료를 내며 공항에 대기 중인 상황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금지령으로 육상 교통수단의 석유 소비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를 대신해 미국이 25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간업체를 정부가 함부로 간섭하기 어려운 미국 자유경제 시스템 속에서 실행이 의문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를 대신해 미국이 25만 배럴을 감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간업체를 정부가 함부로 간섭하기 어려운 미국 자유경제 시스템 속에서 실행이 의문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노르웨이·영국은 감산 담합 참가 안 해  

셋째, 이번 감산 합의는 OPEC 회원국 13개국과 비회원국 10개국 등 산유국 23개국의 생산 담합일 뿐으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대형 산유국은 이와 상관없이 석유 생산을 그대로 유지하든지 심지어 늘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석유·천연가스·석탄·전기·원자력, 그리고 재생에너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2019년 석유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 8066만 배럴에 이르렀다.
EIA 통계로 하루 석유 생산량 2~5위 국인 사우디(하루 1200만 배럴), 러시아(1080만 배럴), 이라크(445만 배럴), 이란(339만 배럴)은 이번 감산에 참여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루 1504만 배럴을 생산해 석유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한 미국은 이번 감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석유 생산 세계 6위 생산국인 중국(398만 배럴)은 석유 수입국이기 때문에 참가할 리가 없다. 7위인 캐나다(366만 배럴)와 10위인 브라질(251만 배럴), 15위인 노르웨이(164만 배럴), 21위인 영국(93만 배럴)은 감산에 참여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한 미국이 2018년 기준 하루 377만 배럴을 수출해 세계 4위의 수출국이라는 사실이다. 석유 수출에서 캐나다는 하루 359만 배럴로 세계 5위, 노르웨이는 125만 배럴로 세계 14위, 영국은 63만 배럴로 세계 20위다. 상당한 물량이 OPE+의 감산 담합에서 빠지는 셈이다. OPEC+의 감산으로 세계의 하루 석유 생산의 8분이 1에서 10분의 1 정도가 줄겠지만, 담합에서 빠진 산유국이 그 틈을 상당 부분 메울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 나라의 동참 없이 OPEC+의 감산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OPEC+는 미국·노르웨이 등의 감산 동참을 기대한다. 하지만 국제 생산·공급 담합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이들 국가가 생산을 줄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커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더라도 운 미국·노르웨이·영국은 지리적으로 소비지에 위치하거나 가깝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가 생산하는 석유의 수요는 그대로이고, OPEC+ 지역에서 수입하는 물량만 줄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노르웨이의 북해에 위치한 해상 유전 플랫폼의 모습. 노르웨이는 미국, 영국과 함께 OPEC+의 석유 감산 담합에 참가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노르웨이의 북해에 위치한 해상 유전 플랫폼의 모습. 노르웨이는 미국, 영국과 함께 OPEC+의 석유 감산 담합에 참가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변화로 탈석유로 에너지 믹스 변화 추구

넷째, 글로벌 석유 시장은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믹스의 변화로 위협받고 있었다. 전기차 도입 확대 등으로 탈석유가 가속화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거나 덜 발생하는 원자력·수력·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하는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 지도자들의 무관심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글로벌 동맹휴학을 이끌고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은 상당한 자극이 됐다.
특히 미국은 연방정부 에너지부(DOE)의 주도로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s)의 시대를 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월 초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자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첨단 원전기술 전문업체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규제 개혁을 시작했다고 PBS 방송이 2월 12일 보도했다. SMR은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소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탄소중립적(탄소 배출이 없다는 의미)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이 방송은 소개했다.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파워는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세계 최초로 SMR의 4단계 설계 인증 심사를 승인받았다. 미국이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믹스를 위한 노력을 재개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살만 국왕가 만나고 있다. 세계 1, 2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 감산을 둘러싸고 협력과 반목을 계속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방문해 살만 국왕가 만나고 있다. 세계 1, 2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 감산을 둘러싸고 협력과 반목을 계속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케케묵은 담합 OPEC+로는 석유 미래 없어

이번 사태는 OPEC+가 아무리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석유 생산 축소 담합을 시도해도 시장 원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와 지구변화를 줄이기 위한 석유 소비 감소, 에너지원 다양화를 위한 노력 앞에 OPEC+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2020년은 석유 시대가 저무는 첫해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라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글로벌 석유 소비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 전망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은 유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게 마련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저장 탱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저장 탱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석유 지배, 코로나 이후에도 살아남을까 

결국 코로나19뿐 아니라 기후변화, 에너지 믹스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석유를 옥죄고 있다. 석유는 화학 원료로 가치 있게 아껴 쓰고, 에너지원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생존해온 석유는 세계화를 위협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석유는 2020년의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살아남아 계속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까. 올해 창설 60년을 맞는 OPEC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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