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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후 한국경제] 자동차·조선 "일자리·구조조정·노동유연성이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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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대기 중인 수출용 자동차. 연합뉴스

지난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대기 중인 수출용 자동차. 연합뉴스

일자리·구조조정, 양립 어려운 두 과제 어떻게

4·15 총선 이후 자동차·조선·화학 등 제조업 부문에서는 일자리와 구조조정, 노동 유연성이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은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측면에서 향후 정부 정책에 따른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일자리 유지·창출에 쏠릴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더 미뤄지면 산업 구조개편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진보성향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앞으로 일자리 창출이 어젠다가 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 중 '한계기업'이라 할 수 있는 쌍용차도 지원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지원 쪽으로 가닥 잡힐듯 

쌍용차 임직원은 5000여 명으로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작은 편이지만,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고 센터장은 "쌍용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한국GM도 같이 한다. 무너지게 되면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단 "구조조정이 따르지 않는 일방적 지원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예전 한국GM이 부품사 중 M&A를 한 업체에 혜택을 주는 방식 등으로 정리를 한 것처럼 다 살릴 게 아니라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 지원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기업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차에 대한 인프라 지원으로 가고, 지원은 1차 협력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기회에 부품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며 "1차 협력사가 살아남아 2·3차 협력사를 책임지라는 논리"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19일 이달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동차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33조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5~7월 수출 급감 시기에 공공·민간에서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와 세제 혜택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업계의 자구 노력이 뒤따라야 금융권도 유동성 공급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은 일자리 유지와 산업구조 개편 요구가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업종 중 하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성동조선 등 중형조선소의 구조조정 문제 등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는 80% 감소했다. 내후년이 되면 일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항공·면세점 등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조선업이 (구조조정) 우선순위가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성동조선 등 한계 기업의 교착상태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업 생태계를 위해 중형 조선소를 살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중형 조선이 무너지면 수많은 기자재 업체가 무너진다. 일자리는 물론 결국 대형 조선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업체는 스마트야드·스마트선박에 투자하고, 정부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EU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합병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올해 안에 결정이 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석화업계 "최악은 지났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본다. 정유사는 2분기까지 영업적자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 있는 정도"라며 "돈이 돌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정유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하고 있지만, 결국 생산을 줄이면 판매량이 줄어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 간 협력으로 기업인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영업활동과 기술교류 등을 할 수 있는 예외 조치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19일 "국민이 총선에서 무한 권력을 위임한 것은 코로나19로 발생할 경제 공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달라는 뜻"이라며 "정부가 경제공황에 대응하는 국가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책은 금융논리에 매여 경제 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가안정보단 고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노조는 유연한 움직임 예상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현대차 등 대기업 노조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압승해 여유가 생긴 것처럼, 현장 노조도 같은 이유로 강경하게 나가기보단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 또 앞서 현대·기아차 노사는 코로나19로 수출이 급감한 일부 공장 라인에 한해 감산에 합의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완성차 공장에서 증산보다 더 어려운 게 감산 합의"라며 "사실상 현대기아차에서 처음으로 노동 유연성이 현장에 적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전환배치 요구 등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노조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조도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대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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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이소아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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