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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중진이냐, 비영남-개혁이냐…통합당 원내대표 경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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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관계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관계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총선 참패의 격랑에 휩싸인 미래통합당이 ‘새 원내사령탑은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새 원내지도부는 103석으로 쪼그라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추스려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21대 국회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비대위에 앞서 원내지도부부터 서둘러 꾸려야 한다는 요구가 당내에서 적지 않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 심재철 원내대표의 낙선으로 당 상층부에 공백이 생기자 당내에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장풀) 제21대 총선일인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참패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이 떠나고 한국당 원유철 대표, 염동열 사무총장과 비례 후보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제21대 총선일인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참패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이 떠나고 한국당 원유철 대표, 염동열 사무총장과 비례 후보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우선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군은 다선 의원들과 영남 중진의원들이다. 의정 경험이 풍부하고 당의 주축에 있는 인물이 어수선한 당 수습에 적합하다는 ‘안정론’에 바탕해서다.

현재 통합당 당선인들 가운데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인사는 5선의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뿐이다. 정 당선인은 앞서 “(당 대표든 원내대표든) 당의 판단이 내려지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5선에 성공한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자연스럽게 주위에서 누가 적임이라고 할 때 가능한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무소속으로 4선에 성공해 복당을 신청한 권성동(강릉) 의원은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 5선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과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당선인, 4선의 김기현(울산 남을), 박진(서울 강남을), 홍문표(홍성-예산), 권영세(서울 용산), 이명수(아산갑) 당선인도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이 있는 다선 그룹 인사들이다.

영남 중진들도 게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다크호스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84석을 얻었는데, 이중 대구ㆍ경북(TK), 부산ㆍ울산ㆍ경남(PK)에서만 56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19석을 더해도 영남 의원들이 절반을 넘는다. 의원 투표로 판가름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다수파가 된 이들의 입김이 세졌다. 앞서 언급한 주호영, 김기현 당선인과 함께 3선에 성공한 김도읍, 박대출, 김상훈, 윤재옥, 조해진 당선인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 TK 지역 당선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 전엔 영남이 물갈이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빈 회의실에 투표 독려 현수막 앞에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오종택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빈 회의실에 투표 독려 현수막 앞에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비영남 혹은 개혁 성향의 새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있다. 다선 혹은 영남 중진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당의 진부함을 씻어낼 수 없고 쇄신 의지도 퇴색된다는 주장에서다. 한 초선 당선인은 “향후 비대위에서 전례 없는 당 쇄신을 추진할텐데, 이를 지원사격할 원내지도부도 참신한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중량급 의원들이 당의 간판이 되면 향후 비대위와 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영남 의원 중에선 3선의 김태흠(보령-서천) 의원이 일찌감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역구 선거에서 ‘생환’ 한 유승민계 의원들은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3선의 하태경(부산해운대갑), 유의동(평택을) 의원이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두텁지 않은 이들이 경선 레이스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원내지도부 조기 구성엔 공감하면서도, 계파 분란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이 과열돼 ‘네 탓 공방’이나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면 보수 진영이 다시금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당권을 놓고 조금이라도 다투는 모습을 보이면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썼다. 권영세 당선인도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 게 감투싸움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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