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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증인데 한달 넘게 입원···"신약 투약도 부담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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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뉴시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오랫동안 퇴원하지 못하는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 치료를 전제로 의료인력이나 병상 등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퇴원 기준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0명 중 4명꼴 한 달 이상 입원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환자 10명 중 4명꼴로 한 달 넘게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격리 기간이 4주를 초과한 환자가 1000여명 된다”라고 말했다. 전체 격리치료 환자는 2484명(18일 기준)으로 장기 입원자가 40%가량 차지한다.

최장 입원자는 31번 환자(61ㆍ여)다. 이 환자는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60일 넘게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환자뿐 아니라 대구 지역 코로나 환자의 상당수가 한 달 넘게 입원 중이다. 대구시 보건당국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확진 이후 병의 지속 기간을 분석해보면 50% 이상이 30일 이상 입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입원환자 대부분 ‘경증’…“예상보다 입원 길어지는 경우도”

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대구시 수성구 노변동 대구스타디움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19) 경증 확진자 이송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 초기에만 해도 중증환자들은 최소 4~5주 정도 치료가 필요하고 경증일 경우 2주 정도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을 거로 봤다. 그러나 기저질환과 나이 등에 따라 퇴원이 늦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 감염내과 교수(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단장)는 “중증 환자일수록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은 있다”며 “코로나19 완치 시기도 2주를 벗어나 나이와 중증도에 따라 3주 후에 퇴원한 사람도 20%가량 나오는 등 처음 예상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장기 입원환자들은 고열ㆍ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는 경증 환자인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경증인데도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가 증상이 심해서라기보다 PCR 검사에서의 격리해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병상 신세를 지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격리시설에서 나오려면 고열ㆍ호흡기 증상 등 임상 증상이 호전된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장기입원환자 대부분 경증ㆍ무증상…새로운 투약법도 부담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방지환 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이 확진 환자 확대에 따른 치료 임상 현황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방지환 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이 확진 환자 확대에 따른 치료 임상 현황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장기입원자가 의료체계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자칫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정작 병원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병상을 내어줄 수 없거나 의료진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의료체계가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올가을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며 "이때 장기입원환자는 의료체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체내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멸시킬 대안도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주치의들은 새로운 치료법 시도와 신약 투여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장기입원자 중증환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하고 새로운 약물을 사용하거나 치료법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 개발된 약이나 임상 후보물질로 개발된 것을 투여해볼 수 있어도 가벼운 증상을 보이거나 임상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부작용을 감수하고 새로운 약제를 쓰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퇴원 기준에 과학적 근거 필요하단 지적도

지난 2017년 1월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갖춘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실 내에서 진행된 신종감염병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월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갖춘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실 내에서 진행된 신종감염병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어 퇴원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 센터장은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PCR 검사는 완치가 된 환자들에게 나오는 죽은 바이러스까지 검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밀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임상 증상이 좋아졌음에도 PCR 양성 판정이 나오는 환자들에게 실제로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과학적인 근거부터 확인한 뒤에 새로운 치료법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환자에게 사용하는 칼레트라나 클로로퀸 등 항바이러스제를 섞어서 투여하거나 회복기 혈장투여를 하는 등 장기입원환자 몸에 남아있는 바이러스를 근절하는 요법을 추가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언·김정석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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