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기적’ 파묻혀 살면서도 알아보지 못 해서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0.04.18 00:20

업데이트 2020.04.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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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호 22면

대한명상의학회와 함께하는 코로나 명상

일러스트=전유리 joen.yuri1@joins.com

일러스트=전유리 joen.yuri1@joins.com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좀 사정이 나아진 모습이 보이는데 그렇다고 방심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이번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또다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불확실함은 불안과 우울함으로 이어진다. 불확실성과 불안과 우울은 ‘코로나 시대’의 특징이다.

코로나 시대 불안·우울 시달려도
“파란 하늘, 두 눈 등 모든 게 기적”

고통 느껴야 명상 의미도 알게 돼
이젠 마음챙김의 문 안으로 들 때

사람들은 대개 행복을 원한다. 고통과 이별하고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스트레스나 고통 혹은 불만족은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일까? 명상의 관점에서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스트레스나 고통은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새로운 문이 될 수 있다. 배고픈 사람이 빵을 찾듯이,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고통을 느껴야 명상의 의미도 알 수 있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혹은 ‘자발적 격리’가 장기화하고 있다. 그동안 잘 돌아보지 않던 평범한 일상을 되새겨보게 된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의 소중함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일상에서 잘 볼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나 행동만 기적이 아니다. 물 위를 걷거나 공중에 뜨는 것보다 오히려 내가 지금 땅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진정한 기적일 수 있다.

틱낫한

틱낫한

미국과 유럽에 마음챙김 명상을 전파한 틱낫한 스님이 “날마다 우리는 온갖 기적들 속에 파묻혀 살면서 그것들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로 들린다. “파란 하늘, 흰 구름, 초록색 나뭇잎,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 그리고 그것들을 보는 우리의 두 눈, 이 모두가 진짜 기적”이라고 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잠시 멈추고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어 보자.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고, 땅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기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마음챙김 명상의 문 안으로 이미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자신의 몸과 마음과 행동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보는 일이 명상이다. 특별한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명상의 시간과 장소가 된다.

박용한

박용한

정신과 전문의들 가운데 명상을 임상 치료에 도입한 이들이 있다. ‘대한명상의학회’를 만들어 활동한다. 명상하는 의사들과 함께 코로나 시대의 지혜를 찾아보려고 한다. 이 학회 박용한 수석부회장은 “코비드19 시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명상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과 클리닉에 별도의 명상실을 설치해 놓았다. 그의 진료시간이 색다른 점은 바로 명상에 있다. 환자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와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게 한다.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면서 환자 스스로 자신을 돌보며 치유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정좌 명상이나 걷기 명상을 환자와 함께한다.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환자가 집에 가서도 일정 시간 명상을 지속하도록 격려하고, 명상 후의 소감을 청취하며 조언을 하는 일이 전체 진료 과정에 포함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명상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환자가 강요받지 않고 즐겁고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치료자(의사)는 매 순간 마음챙김을 하며 조심스럽게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환자가 커다란 괴로움을 겪었거나, 혹은 치료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한 환자일수록 마음챙김의 효과가 잘 나타난다고 한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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