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많이 눌러주세요~”…‘유튜브 개학식’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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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용인 새빛초 최은미 교장과 교사들이 '실시간 온라인 개학식'을 준비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교장 선생님 짱’이라는 댓글 준 ○○ 친구, 너무 감사해요!”

16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용인시 새빛초등학교 교장실에서 최은미 교장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런 교장 선생님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던 400여명의 학생들은 “제 댓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기하다ㅋㅋㅋ” “교장쌤 멋있어요”라고 채팅창에 올렸다.

소통 위해 유튜브로 개학식

16일 오전 용인시 새빛초에서 최은미 교장이 '실시간 온라인 개학식'을 진행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이날은 초등 4~6학년과 중·고교 1~2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는 날이었다. 새빛초는 이날 개학하는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실시간 온라인 개학식’을 열었다. 새빛초 교사들은 개학식만은 학생들과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녹화 영상이 아닌 실시간 방송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유튜브 생방송이라는 형식을 택한 만큼 이날 개학식에서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채팅창을 보고 있던 교사가 재미있는 댓글을 즉석에서 뽑아 건네면 최 교장이 이를 읽으며 댓글 참여를 독려했다.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모두 일어나 따라 해볼까요?”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역대급 방송사고"

처음 해보는 실시간 개학식이 순조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개학식은 9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계속돼 10시 20분이 돼서야 제대로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댓글로 “역대급 방송사고”라고 말하면서도 대부분 1시간을 기다려 재접속했다. 570여명의 새빛초 4~6학년 학생들 가운데 450명이 실시간 개학식을 함께했다.

유튜브 개학식을 위해 기술적인 준비를 총괄한 장성희 교사(42)는 "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원격수업 커뮤니티 '위두랑'의 강사인데도 유튜브 생방송은 낯설어 책으로 공부하고 리허설도 네 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너무 당황스럽고 아쉬웠다"고 했다.

최 교장은 “온라인 개학식을 열기로 결정하고 나니 유튜브에 학생들을 가입시키는 것부터 영상 저작권 문제까지 여러 난관이 많더라”며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일상이 될지도 모르는 온라인 수업에 대비해 좋은 연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이 잘 될지 걱정이 컸는데, 개학식을 해보니 학생들이 우리보다 훨씬 준비가 돼있고, 생각보다 온라인 개학에 관심도 많다는 걸 느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교사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2차 개학도 온라인수업 먹통

한편 2차 온라인 개학 첫날인 이날도 KERIS가 운영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 e학습터와 위두랑, EBS의 온라인클래스에 접속 오류가 발생해 학생들이 온라인 원격 수업에 불편을 겪었다. 14일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하자 EBS는 접속 단계 간소화와 로그인 처리 방식 개선으로, KERIS는 권역별 서버 구축과 인프라 확충으로 대비했다. 하지만 이날 최대 400만명이 개학하면서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문제는 되풀이됐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