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계속된다…재난지원금 전 가구 지급에 힘 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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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이 지난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이 지난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시민당 등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다. 나랏돈(재정)을 활용한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부동산·기업 규제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이 같은 기조의 경제 공약을 제시해 왔다.

여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야당 반대에도 원하는 경제 정책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한 국회 선진화법에선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쟁점 법안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속도 

여당은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내세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직전까지 야당은 물론 '소득 하위 70%' 이하 지급을 주장한 재정 당국과도 각을 세워왔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향후 추경 편성에도 여당이 협상 우위에 서게 됐다. 여당의 확장 재정 기조는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기업·부동산 규제는 강화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쟁점 경제 현안 처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기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는 훨씬 세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총선 직전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으로 스타필드·롯데몰 등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 '배달의 민족' 수수료 규제와 공공 배달앱 개발 등을 주장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상생협력법,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ㆍ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집중투표제(이사 선임 시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제도)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 재계가 반대해온 쟁점 법안들도 21대 국회에선 여당 생각에 따라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작업인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처리에서도 여당 입장이 관철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총선 유세 당시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존 안대로 세율 인상만을 고집하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여당 의지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상시ㆍ지속 업무 근로자 정규직 고용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과 같은 노동 공약도 추진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시민당 총선 주요 경제 공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시민당 총선 주요 경제 공약.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 위기, 성장 부담 줘선 안돼" 

전문가들은 여당에 유연한 경제 정책 운용을 주문한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국면에서 성장 잠재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영업 규제와 세금·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인상하는 기존 정책은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정책 의도와 달리 소상공인·일용직 노동자 등 경제 내 취약계층이 더 타격을 받는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소득주도 성장 등 재정에 기댄 단기 부양책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경제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시야에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산업·노동 구조 개혁 전략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 심의권을 장악한 여당이 인기 영합주의적 재정 운용에 나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장기 재정 추계를 참고해 예산안도 장기적인 기준을 세워 운용해야 한다"며 "지역구 의원들에 의해 예산이 방만하게 편성되지 않도록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예산 총액을 배분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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