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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못 말렸다···투표소 먼저 달려간 111세 문대전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전 대구 북구 복현2동 제6투표소가 마련된 대구문성초등학교 학습도움실에서 문대전 할머니(오른쪽)가 아들 정원복씨와 함께 투표하고 있다. 문대전 할머니는 1909년생으로 올해 112세(만 111세)가 됐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전 대구 북구 복현2동 제6투표소가 마련된 대구문성초등학교 학습도움실에서 문대전 할머니(오른쪽)가 아들 정원복씨와 함께 투표하고 있다. 문대전 할머니는 1909년생으로 올해 112세(만 111세)가 됐다. 뉴스1

“시끌벅적한 거리유세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차분한 분위기 속 2m 간격 유지한 채 투표 #"거리유세 없어 공보물 정독, 뉴스 시청 늘어" #대구에선 111세 문대전 할머니 현장 투표 #생애 첫 투표 자매 "사리사욕 후보 안됐으면"

15일 오전 9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제 6투표소에서 만난 황지연(46)씨는 “선거운동 기간 집에서 지낸 시간이 많았지만, 후보자를 더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 정당이 비대면 선거운동과 차분한 유세를 진행하면서 유권자들은 저마다 방법으로 후보자 정보를 얻었다.

 황씨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선거공보물을 예전보다 자세히 읽어봤다”며 “TV 토론회와 뉴스를 보며 가족들끼리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금천동 투표소는 한산했다. 투표소에 들어서는 주민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거나 신분증을 확인했다. 대체로 2m 간격으로 드문드문 줄을 섰다. 투표소 입구에선 선거사무원이 체온을 측정했다. 손 소독제를 바른 주민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기표소로 입장했다. 한 선거사무원은 “사전 투표율이 높아 예전보다 현장에 나오는 주민이 줄어든 것 같다. 점심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이 투표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예은(왼쪽)양과 언니 김예진(21)씨가는 15일 오전 금천동의 한 투표소에서 나란히 투표를 했다. 최종권 기자

생애 첫 투표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예은(왼쪽)양과 언니 김예진(21)씨가는 15일 오전 금천동의 한 투표소에서 나란히 투표를 했다. 최종권 기자

 전모(69)씨는 “코로나 사태가 선거 분위기를 차분하게 바꿔놓았다”며 “후보자들이 거리유세를 해도 실제 귀를 기울여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 뉴스를 보고 후보자를 검증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사태를 정부가 잘 대처한다고 홍보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질병과 재난관리를 잘하는 정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생애 첫 투표를 한 자매도 있었다. 대학생 김예진(21)씨와 동생 금천고 3학년 김예은(18)양은 나란히 투표를 했다. 언니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후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동생 김양은 “첫 투표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리사욕을 일삼고, 비위를 저지르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걸 막기위해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최고령 유권자인 문대전(111) 할머니가 이날 오전 6시20분쯤 문성초등학교에 마련된 복현2동 제6투표소에서 선거를 마쳤다. 선거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할머니는 오전 5시40분쯤 제일 먼저 투표소에 도착했다. 아들 정원복(55)씨의 손을 잡은 문 할머니는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문 할머니는 오전 일찍부터 사람이 북적대자, 투표소에 마련된 의자에서 대기했다가 줄이 어느 정도 빠지고 투표를 했다. 투표장을 나서는 문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활짝 웃어 보였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주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최종권 기자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주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최종권 기자

 문 할머니는 우리나라에 직선제가 시행된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 차례의 선거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했다. 아들 정씨는 “요즘도 어머니는 TV를 보면서 후보자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저 사람은 왜 우노’, ‘머리칼은 왜 깎노’, ‘평소에 좀 잘 하지’ 같은 말들도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 각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한 투표 행렬도 이어졌다. 울산시 남구 신정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은 띄엄띄엄 줄을 서서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40대 시민은 “유권자들로 투표장이 붐빌까봐 일찍 나왔는데, 다들 똑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청주·대구=최종권·백경서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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